#미 규제당국, SVB 전격 폐쇄·자산몰수
#SVB 특정 고객·자산의 높은 채권 집중도 ‘특수성’
#월가 전문가들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 가능성 낮아”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위기를 맞은 미국 벤처금융 전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0일(현지시간) 당국에 의해 전격 페쇄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10일 뉴욕증시에서는 대형 은행을 필두로 은행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자본 요건으로 인해 대형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데다, SVB의 고객층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여타 은행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은행이 특정 고객층을 기반으로 한 개별 은행의 자금 운용 실패 사례이며, 이번 사태가 은행권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는 이야기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을 바탕으로 이번 사태가 벌어진 배경과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SVB 은행은 어떤 곳?
SVB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본사를 둔 벤처금융(VC) 전문 은행이다. 주로 VC 투자를 받은 기술 스타트업에 대출해 주고 이들 기업의 예금을 유치하는 데 주력했다. 스타트업들이 VC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SVB에 예치하면, SVB는 그 자금을 다른 스타트업에 대출해주고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은행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절반, 지난해 상장한 기술·헬스케어 스타트업의 44%가량이 은행의 고객사다. 스포티파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이 잘 알려진 고객 중 하나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한 증자 및 보유 채권 매각을 발표한 이후 회사의 재무 건전성 우려가 불거졌고, 뱅크런 사태 속에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며 유동성 위기가 고조됐다.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종목명:SIVB)은 9일(현지시간) 210달러어치의 보유 증권을 매각하고, 총 22억5000만달러 규모의 증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스타트업 업계 전반의 유동성 경색 속에 은행의 예금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발표에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운영하는 파운더스 펀드를 비롯한 일부 VC들이 SVB의 뱅크런 가능성을 경고하며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SVB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기를 촉구했고, 회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에 SVB가 자금조달을 포기하고 매각을 진행하려 했으나, 뱅크런 사태로 위기가 점증하자 금융 당국은 결국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미국 CNBC는 지난 2008년 JP모건체이스의 계열인 워싱턴뮤추얼 이후 10년여 만에 최대 규모의 은행 폐쇄 조치라고 전했다.
▶개별 은행의 사례로 볼 수 있나?
SVB의 유동성 위기는 스타트업을 주 고객층으로 둔 은행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동시에 이번 사태로 모든 은행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리스크가 노출됐다.
미국 모든 은행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 국채 등 여타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속에 이들 채권의 가치는 빠르게 하락했다. 이는 SVB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특히 SVB가 문제가 된 것은 은행이 전체 자산의 57%를 미 국채 등 채권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75개에 이르는 미국 메이저 은행 가운데 이 비율이 42%를 넘는 곳은 없다. SVB의 포트폴리오가 유난히 채권에 집중돼 있었단 얘기다. 더불어 다른 은행들은 SVB와 달리 개인과 다양한 산업의 기업 등 폭넓은 고객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가 은행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차이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 “은행권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산 가능성 작아”
JP모간의 비벡 주네자, 모간스탠리의 마난 고살리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에브라힘 푸나왈라 등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VB 사태가 은행권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은행들은 SVB와 달리 고객층이 훨씬 다양하고 유동성이 풍부하며, 자금조달이 업계 전반의 문제일 수는 있지만, 이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의 문제이지 생존과 직결된 문제는 아니란 지적이다.
BofA의 푸나왈라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예대율(loan-deposit ratio)은 코로나19 팬더믹 이전의 80% 비교하면, 2022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69%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은행권 전반의 레버리지가 과도한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JP모간의 주네자 애널리스트는 역시 “대형 은행들은 소규모 은행에 비해 유동성이 풍부하고 더 폭넓은 고객층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은행주 전반의) 매도세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미국 지역은행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지역은행 ETF(종목명:KRE)의 주가가 장중 7% 이상 급락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BofA 등 대형 은행의 주가도 2~5% 사이의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다만 SVB나 이에 앞서 자발적 청산을 발표한 암호화폐 전문 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털처럼 특정 업종에 집중된 소규모 은행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RBC의 제라드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긴축이 이어지면 은행 시스템의 초과 예금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광범위한 소매금융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은행들은 도매 금융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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