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투자자들 이미 경고 “SVB에서 돈 빼라”
실밸 스타트업들의 자금난에 줄도산 우려도
[실리콘밸리=뉴스핌]김나래 특파원=”실리콘밸리 은행 폐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파산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금 수혈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문을 닫으면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도 피가 마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SVB에 대해 폐쇄 조치를 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예금 지급 업무를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날 SVB는 모든 거래가 중단됐으며 오는 13일 FDIC 감독 아래에서 거래가 재개된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계는 SVB 폐쇄에 큰 충격을 받았다. SVB는 1982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 분야의 주요 은행으로, 40년간 VC(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이바지를 해왔다. CNBC에 따르면 파산한 SVB는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었으며 2009년 이후 2300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VB 본사 입구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미 거물 벤처투자자들의 SVB에 대한 경고는 있었다.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민간 자본을 통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SVB에 대한 구제금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샌프란시스코의 VC 회사인 페어 VC는 전날 “SVB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SVB에 예치된 현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라고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니언스퀘어벤처도 창업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SVB 예금 계좌에 최대 25만달러만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현재 SVB의 고객은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 달러 이상의 예치금은 묶이게 된다. 이를 초과하는 예금자의 경우, 은행을 파산하는 과정에서 잉여금이 생기면 비율에 따라 나눠받게 되며 전액 돌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걸려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
이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재무 구조가 열악한 스타트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회사에서 급여 지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 나온다.
건강 식품 배달 회사인 팜복스Rx의 설립자 에슐리 타이너는 CNN에 이메일을 통해 “이제 은행이 무너졌으니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다”고 한탄했다.
HR 플랫폼 리플링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 설립자인 파커 코라드는 “은행의 지불 능력 문제로 인해 회사가 일부 고객들에게 지불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스타트업이 더 투자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CB인사이트가 1월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벤처 자금은 2022년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CNBC는 “SVB 사태는 기술 산업에 있어 도전적인 순간”이라면서 “상승하는 금리와 맞물려 스타트업의 자금 지원을 위한 접근이 어려워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더 많은 스타트업이 현금 부족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이번 사태는 업계의 현금 경색과 자금 난기류를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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