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내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주춤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원 가량 급락한 1310원대 초반대에서 거래중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5분 현재 전 거래일(1322.2원) 보다 12.8원 하락한 1311.4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7.2원 내린 1317.0원에 개장했다. 개장 이후 1310.1원까지 내려갔으나 하락폭을 일부 되돌리고 1310원대 초반에서 등락 중이다.
미 국채 금리 하락에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10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72% 하락한 104.552에 마감했다.
SVB 파산으로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됐지만,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번 SVB의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같은 날 발표된 고용동향보고서도 1월보다 완화되고, 실업률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달러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31만1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22만5000명)를 웃돌았다. 실업률은 3.6%로 집계돼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월(3.4%) 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시장 예상치(3.4%)도 웃돌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대비 0.24%, 전년동월대비 4.62% 상승해 시장 예상치(각각 0.4%, 4.8%)를 모두 밑돌았다.
시장의 의견도 ‘빅스텝’이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으로 12일 오전 6시30분 현재 미 연준이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13.7%로 나타났다. 한때 70%를 넘었던 빅스텝 전망 비율이 SVB 사태 이후 10%대로 내려간 것이다.
투자자들은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 지수를 주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연준의 고강도 긴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주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물가상승률을 2% 수준으로 내리기 위한 과정은 멀고 험난할 것”며 “만약 전체 경제지표가 더 빠른 긴축을 정당화하면 우리는 금리 인상 폭을 높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만1909.6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6.73포인트(1.45%) 하락한 3861.59에, 나스닥 지수는 199.47포인트(1.76%) 떨어진 1만1138.89에 장을 닫았다.
SVB 파산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미 채권 가격은 급등(금리 하락) 했다. 같은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5.19% 급락한 3.752%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2.19% 하락한 4.491%에 마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글로벌 리스크 오프에도 연말 연준 금리인하 배팅 부활, 수출업체 고점매도 등 영향에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 도산으로 인한 위험선호 심리 위축은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추고 연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자극해 달러화 지지력을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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