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연초 금융당국 신호탄을 계기로 토큰증권(STO) 시대가 열린 가운데 조각 투자 상품들도 무한 진화하고 있다.
미술품과 부동산, 음악 저작권 등이 초기 조각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은 데 이어 한우, 명품 시계, 게임 아이템 등이 ‘넥스트 조각 투자 상품’으로 부상 중이다. 하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유동성 확보 여부와 여전히 불명확한 규제 등은 동일한 과제로 남아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형태의 조각 투자 증권이 거래될 수 있는 제도가 내년 말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STO 민당정 간담회에서 ‘토큰증권 발행·유통의 제도 기반 마련을 위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상반기 중 제출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토큰증권 시장의 제도적 기반이 더욱 다져질 거란 기대감이 나오자 조각 투자 상품 또한 주목받고 있다. 조각 투자는 여러 명의 투자자가 실물자산이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 등을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 및 거래하는 신종 투자 형태다.
# 넥스트 조각 투자 뭐가 있나
최근에는 넥스트 조각 투자 상품으로 한우와 명품 시계, 게임 아이템 등이 주목받고 있다.
먼저 한우 조각 투자는 농가의 송아지를 투자자의 자금을 통해서 펀딩받고 매각 시 발생하는 수익을 소유권의 비율만큼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어린 송아지를 구매해 키우고 다 키운 소를 파는 과정을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 끝내는 방식인 것이다.
현재 뱅카우가 대표적으로 진행 중이다. 뱅카우는 투자자와 한우 농가를 연결해주는 한우 공동 투자 플랫폼이다. 최소 투자금 4만원으로 송아지에 투자하면 농가가 대신 사육한 다음 2년 뒤 경매를 통해 얻은 현금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 구제역 등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가축전염병은 가축재해보험에서 원금을 보장한다.
뱅카우 측이 예상하는 한우 한 마리당 기대 수익률은 19.7%다. 수수료는 2%, 양도소득세는 6% 정도로 추정한다. 다만 경매 시점 소고기 품질에 따라 투자성과가 벌어질 수 있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뱅카우는 KB증권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계약증권 발행 및 실명증권계좌 발급 등에 나선 상태다.
명품 시계 조각 투자도 눈길을 끈다.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는 희귀 자산부터 명품까지 다양한 현물 자산에 공동 투자한 뒤 소유권을 나눠 갖고, 자산 가치가 상승했을 때 처분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유명한 투자 상품은 롤렉스 시계다.
앞서 롤렉스 시계 11점으로 구성된 ‘피스 롤렉스 집합 1호’는 30분 만에 완판, 2억원 상당의 ‘피스 롤렉스 집합 2호’는 1분 만에 완판된 바 있다.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는 신한투자증권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STO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게임 아이템 역시 ‘신생’ 조각 투자 상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직은 상품 검토 단계 수준이지만 증권사와 게임사 모두 적극적으로 준비할 만큼 사업성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는 게 증권업계 중론이다.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새로운 조각 투자 상품으로 게임 아이템이 주목받고 있다”며 “게임아이템으로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준비하던 곳들 모두 STO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이어 “STO도 결국 마니아층 대상 시장이라는 점에서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거래되는 게임 아이템도 조각투자 상품으로서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며 “특히 게임 아이템 하나에 몇천만원씩 거래되는 상황이라 유동성 큰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기존 조각 투자 상품과 동일한 한계
다만 기존 조각 투자 상품과 마찬가지로 한계 역시 존재한다. 제도권 금융사를 중심으로 초기부터 유통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신뢰성 및 인지도 등은 확보할 수 있으나 본질적인 수익성 우려가 넘을 산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조각 투자 활성화에서 중요한 건 유의미한 수준의 유동성이지만, 현재 언급되는 자산 특성상 가치 선정이 어려워 자산가치 상승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실제로 해외 STO 시장의 활성화가 더딘 점 역시 같은 궤다. 미국 STO 조사 기관인 STO 마켓(STO Marke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STO 시가총액은 152억달러(약 20조1096억원) 규모로 타 증권 시장 대비 미미한 수준이었다. 월 거래대금 또한 370만달러(약 50억원)에 그쳤다.
미비한 규제도 지적된다. 금융당국 또한 이를 인정하며 국회 입법 논의에 따라 내년 말 STO 제도가 시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STO 민당정 간담회에서 “(STO 관련) 인가 요건 등 세부 사항은 법률 개정 후 하위규정 정비 시 이해관계자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STO 발행과 유통 관련 규율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다.
이윤길 금감원 기업공시국 증권발행제도팀장 또한 같은 날 “조각 투자 등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제출에 대비해 세부 심사기준을 정비하고 투자계약증권 및 수익증권 관련 장외거래중개업자의 인허가 심사기준과 영업행위 규칙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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