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선임기자] 세계 최고 안전 자산이라고 여겨지던 미국 국채가 은행들의 최대 부실요인으로 떠올랐다. 시스템이 흔들리는 도화선이 될 정도로 은행 부실규모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 마틴 그루엔버그 의장은 CNN에 출연해 미국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이 6200억 달러(820조 원)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미실현 손실은 장부 가격과 시장 가격과의 차이를 말한다.
CNN은 제로 금리 수준에서 은행들이 채권과 국채들 대거 매입했는데 연준 기준금리가 1년 간 급격히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 통신은 SVB 파산은 팬데믹 기간 중 주택담보채권(MBS) 등 과도한 채권 투자가 불러온 재앙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과 정부 당국은 채권투자, 국채투자로 설명하면서 구체적으로 국채 보유와 이에 따른 손실 규모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부채가 상한선인 31조 4000억 달러에 도달했고 대부분이 재무부 채권으로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의 국채 보유 규모가 막대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중국 등 외국 정부는 미국채를 조금씩 내다 팔고 있고, 이는 미국 내 금융기관과 연기금들이 소화하고 있다.
채권가격은 수익률로 할인돼 결정된다. 때문에 제로금리로 금리가 내려가고 양적완화로 돈을 풀 때는 채권가격이 상승한다. 은행들은 막대한 이윤을 내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반대로 이자율이 상승하자 채권가격이 급락해 은행 부실요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위 자료는 마켓워치가 공개한 채권투자를 통해 투자위험도가 높아진 미국 은행들 리스트다. 예금을 받아서 국채와 주택모기지채권(MBS)에 투자해 손실을 입었다. 모기지 채권도 사실상 정부 채권처럼 신용도가 높다. 신용도와 별개로 가격하락은 피할 수 없다.
구제금융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연준은 제2의 SVB 거론되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JP모건을 통한 자금 수혈을 결정했다, 위 표의 가장 상단에 있는 은행이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그래도 원인이 민간의 무분별한 대출과 감시 받지 않는 파생상품에 있었다고 핑계를 댈 수가 있다.
이번 위기의 원인은 연준과 정부다. 종이로 필요한 돈을 마구 찍을 수 있는 권리를 남용해 무분별하게 빛을 늘린 결과다. 미국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고 연준은 돈을 찍어서 이를 사줬다.
그런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돈을 회수하고 이자율을 올리면서 채권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미국 정부와 연준은 달러를 축으로 한 금융시스템에서 신뢰를 제공하는 당사자다. 신뢰가 무너지면 시스템이 무너진다.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은행의 몰락을 방치하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지금 미국 정부와 연준은 진퇴양난이다.
금리를 내리면 간단하다. 채권가격이 상승해 은행의 부실이 줄어든다. 물가가 입을 벌리고 있다. 지금도 긴축을 더 강화해야 목표 물가인 2%를 달성할 수 있다. 앞에는 호랑이, 뒤에는 늑대다.
과연 무엇으로 어떤 대안으로 해쳐 나갈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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