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미국 내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자취를 감추면서 원·달러 환율이 22원 가량 급락한 1300원대 초반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2.2원) 보다 22.4원 하락한 1301.8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7.2원 내린 1317.0원에 개장했다. 개장 이후 1298.3원까지 내려가며 1300원을 하회 했으나 하락폭을 일부 되돌리고 1300원대 초반에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5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1월 9일(-25.1원) 이후 2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미 국채 금리 하락에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한국시간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98% 하락한 103.52선에서 등락중이다.
SVB 파산으로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됐지만,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번 SVB의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같은 날 발표된 고용동향보고서도 1월보다 완화되고, 실업률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달러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31만1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22만5000명)를 웃돌았다. 실업률은 3.6%로 집계돼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월(3.4%) 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시장 예상치(3.4%)도 웃돌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대비 0.24%, 전년동월대비 4.62% 상승해 시장 예상치(각각 0.4%, 4.8%)를 모두 밑돌았다.
시장의 의견도 ‘빅스텝’이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으로 12일 오전 9시 27분 현재 미 연준이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0%로 나타났다. 한때 70%를 넘어 섰던 ‘빅스텝’ 전망 비율이 SVB 사태 이후 큰 폭 내려간 것이다. 반면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92.3%로 나타났고, 종전에 없던 동결 가능성도 7.7%로 대두됐다.
투자자들은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 지수를 주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다시 연준의 긴축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만1909.6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6.73포인트(1.45%) 하락한 3861.59에, 나스닥 지수는 199.47포인트(1.76%) 떨어진 1만1138.89에 장을 닫았다.
SVB 파산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미 채권 가격은 급등(금리 하락) 했다. 같은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5.19% 급락한 3.752%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2.19% 하락한 4.491%에 마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글로벌 리스크 오프에도 연말 연준 금리인하 배팅 부활, 수출업체 고점매도 등 영향에 20원 넘게 하락했다”며 “은행 도산으로 인한 위험선호 심리 위축은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추고 연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자극해 달러화 지지력을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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