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선임기자] 비트코인은 언젠가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들이 가격을 보고 일희일비 하고 있을 때 비트코인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성장해 왔다. 중앙신뢰기구가 없는 P2P 화폐로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로서의 비트코인 말이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사토시가 만든 네트워크로서의 비트코인은 미국 정부가 초기에 제거했으면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남았다. 비트코인의 거래 기록과 장부를 저장하고 검증하는 수많은 노드들과 채굴자들의 등장으로 이제는 누구도 없앨 수 없는 우리들의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정부 소유가 아닌 우리들의 돈이다.
어느 순간 비트코인은 어떤 외부의 힘으로도, 내부의 분열로도 사라지지 않는 화폐 네트워크가 된 것이다. 불멸의 네트워크라고 말하기는 이를 지 모른다. 그러나 상상 가능한 범위에서 일반적인 논리에 근거해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비트코인은 살아남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이제 비트코인의 진면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시 재현된 은행의 실패는 비트코인을 되돌아보게 한다. 미국 실리콘벨리은행(SVB)이 순식간에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고 벤처에 특화해 산업발전과 함께 성공한 은행이었다. 다른 은행 두 곳도 문을 닫았고 크레딧 스위스 등 더 많은 은행이 위기에 처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은행위기가 다시 발생했다.
아래는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현존하는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중 일부다. 출처는 비트코인 오픈 소스를 공개한 다음달인 2009년 2월 ‘비트코인 P2P’ 재단에 올린 글이다. (홍익희 교수의 화폐혁명)
“기존 화폐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 화폐 시스템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신뢰의 부족이다. 중앙은행이 화폐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을 것을 신뢰해야 한다. 그러나 화폐의 역사는 신뢰의 위반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은행들이 우리의 돈을 잘 보관해 줄 것으로 믿지만 은행은 지극히 낮은 준비금만 남기고 신용버블을 일으킬 정도로 대출을 많이 해줬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뱅크런이 발생하자 비트코인이 진짜 안전하다는 차별성이 확인됐다. 개인키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신뢰 위반으로 가득한 화폐 역사에 달러시스템은 또 다른 신뢰위반을 새겨 넣었다. 사토시의 예견이 적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탄생한 비트코인은 2023년 위기를 맞아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다. 뱅크런이 발생할 때 비트코인은 달렸다. 비트코인은 은행 뱅크런 이후 30%가 넘게 상승했다. 1만 9000 달러 수준이던 가격이 2만 6000 달러를 터치했다. 사람들이 비트코인 디커플링을 얘기한다.
비트코인 디커플링을 얘기하면 증시와 차별화를 생각한다. 이는 비트코인을 자산만으로 생각할 때 하는 말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디커플링은 차원이 다르다. 은행과 금융시스템과 피아트머니와의 디커플링이 비트코인 정신의 최종 목적지다.
이제 비트코인은 은행을 뛰어넘는 네트워크이고, 시스템적으로도 디커플링을 이뤄냈다. 조금 성급한가. 한발 양보하자. 이제 위험자산과의 차별화, 은행과의 차별화를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뱅크런이 없는 화폐라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는가. 부인해 봐라. 자신이 고정관념의 노예라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다.
가격이 파도라면 비트코인은 바다다. 가격이 햇살이라면 비트코인은 태양이다. 가격의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항상 거기에 있었다. 드디어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의 다음 과제는 글로벌한 금융시스템으로의 진화다. 사토시의 P2P 혁명이 위대한 금융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디지털세상의 리저브 커런시가 되는 것이다.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망상은 아니다. 세계은행은 경고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은행의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당연히 견제구가 들어온다. 어떤 모습과 결과일 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현존하는 금융시스템의 대변인이 비트코인을 두려워 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성장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에 통화정책을 아웃소싱 했다”고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엘살바도르의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싹은 트고 있다. 개인도 기업도 나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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