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뱅크런 사태 비교
가상자산 시장 영향 분석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내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 리서치센터가 잇단 미국 은행 뱅크런에 따라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런 전망을 담은 ‘SVB 사태와 가상자산 시장 전망’ 번외편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발생한 실버게이트 캐피탈,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의 뱅크런 및 폐쇄 사태를 긴급 분석했다. 또한 각 금융기관의 특징과 이번 사태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분석하면서 향후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영향 가능성을 다뤘다.
우선 세 금융기관은 전문 분야가 각각 다르다. 실버게이트는 가상자산 산업 분야에 특화돼 있고 SVB는 스타트업, 시그니처은행은 뉴욕 지역 사업자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운영 중이었다.
따라서 가상자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측면도 기관 별로 달랐다. 실버게이트는 예치금 80% 이상이 가상자산 거래소 현금 예치금을 비롯한 관련 산업 기반이다. SVB에는 일부 가상자산 기업 및 프로젝트 재단의 예치금이 들어있다. 시그니처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가상자산에 관심을 보이면서 예치금의 20~30%가 해당 분야에서 왔다.
보고서는 세 곳의 공통적인 취약점을 채무로 파악했다. 해당 은행들의 자산은 현금성 자산 외에 장기 국채, 주택담보채권 등이 높은 비중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은행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적으로 은행의 경영난은 보유 자산 중 부실채권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은행 세 곳의 자산은 대체로 신용등급이 높은 자산으로 구성돼 부실채권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버게이트와 SVB는 예금 기반이 고위험 고수익 분야에 집중된 상황에서 예치자들이 동시에 인출을 요청하는 뱅크런이 발생하자 보유 자산을 현금화해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금융기관들은 금리 인상 때문에 매입 가격보다 평가절하된 시세에서 대량의 장기채권을 강제 매각하게 됐다. 이는 대규모 손실 발생에 따른 자기자본 훼손으로 이어졌다. 결국 영업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자본비율 유지에 실패하면서 영업정지 및 자발적(실버게이트) 혹은 정부 관리하에(SVB, 시그니처은행) 청산했다.
보고서는 세 은행에서 뱅크런이 확산한 이유와 실물 경제와의 연관성 측면에서는 다른 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버게이트에서는 지난해 FTX 사태 이후 중앙화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불신에 따른 현금 인출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반해 SVB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스타트업의 예금 소진이 뱅크런으로 이어졌으며, 시그니처은행에서는 SVB 청산이 전이되면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해당 기관이 실물 경제와 연관된 정도에 따라 위험 확산 측면에서도 차이가 존재했다. SVB는 스타트업과 관련이 많아 실버게이트나 시그니처보다는 실물 경제에 좀 더 넓게 노출돼 있다. 사실 SVB가 재무제표상 위험의 집중도는 낮았다. 하지만 먼저 발생했던 실버게이트 사태가 가상자산 업계에 국한됐던 것에 비해 SVB는 중소기업과 중소은행들의 위험 신호로도 여겨져 미국 금융 시스템 및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으로까지 확산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이번 사건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매크로 리스크 ▲법정화폐 입출금 서비스 측면 등에서 분석했다.
매크로에서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래 수년간 연준의 긴축 정책 부작용으로 금융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정지된 사례들이 예시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 역시 연준의 급격한 긴축 통화 정책이 중요하게 작용한 만큼 SVB 사태 이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연준의 긴축 사이클 종료가 가시화된다면 가상자산을 포함한 모든 위험자산의 가격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정화폐 측면에서는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은행의 영업 중단으로 단기적으로는 시장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당 은행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미국 달러의 주요 공급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두 곳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해결책으로 ▲미국 소재 기타 가상자산 은행 약진 ▲유로화 대체 ▲스테이블코인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현재 서클이 시그니처은행을 대체할 파트너로 미국 내 가상자산 친화 은행 중 크로스 리버(Cross River)를 선택했기 때문에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유로화의 사용은 블링크(BLINC) 서비스를 통해 거래량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기존 실버게이트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인 블링크(BLINC, BCB Liquidity Interchange Network Consortium)는 영국 소재 BCB 그룹이 유럽 전역의 은행들과 유로, 파운드, 스위스프랑 등의 법정화폐를 사용해 제공 중이다. 그런데 최근 BCB 그룹이 지원 화폐 목록에 미국 달러도 포함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미국 은행 공백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중앙화 거래소에서 과거 수년간 미국 달러 대비 거래량 점유율이 상승 추세다. 보고서는 미국 달러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활발히 발행된다면 향후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혹시 미국 내 규제 등으로 인해 달러 입출금이 어려워진다면 가상자산 친화적인 유럽 소재 은행을 통해 발행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사태가 전반적인 미국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 및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시장 내 다양한 관점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리서치 번외편을 발간했다”며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들을 발 빠르게 전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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