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클레이튼 재단 서상민 이사장은 삼성전자를 거쳐 그라운드X를 통해 범 카카오 사단에 들어왔습니다.
그라운드X → 크러스트 → 그리고 재단. 클레이튼의 운명은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 이사장이 여러 차례 얘기했듯이 클레이튼 재단은 카카오로부터 분리됐습니다. 그러나 카카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초기에 개발팀 역량에 의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칩시다. 그러나 설계가 완벽했다면 카카오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 탄탄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탈중앙화’의 길을 가는 것이 맞겠죠.
재단은 이제서야 31 개 거버넌스 카운슬(GC)을 주축으로 퍼미션리스 블록체인 로드맵을 그리고 있습니다.
문제가 터졌습니다. 서 이사장이 재단 역량을 총동원해 GC 중심의 토크노믹스를 설파하는 와중에 크래커랩스가 몰래 클레이를 팔아 치운 것이 들통 났습니다. 크래커는 GC 중 하나이고, 카카오 그룹의 옛 동료들이 만든 회사입니다.
서 이사장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토크노믹스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온통 크래커 얘기 뿐 입니다. 믹서 기법을 썼느냐 아니냐, 크러스트의 CIC(사내 벤처)냐 아니냐, 재단 물량을 팔았냐 아니냐로 시끌시끌합니다. 보안 감사를 한 해치랩스는 “믹서인듯 믹서 아닌 믹서”여서 믹서가 아니라는 난해한 해명까지 내놨습니다.
이 논란의 와중에 크래커는 커뮤니티에 몇 줄 사과를 한 것이 답니다.
크래커의 대주주이자, 전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정주환은 단 한 줄 해명도 없었고, 크래커 대표인 허준녕 역시 “왜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클레이를 팔았는지”에 대해 시원한 답이 없습니다. 다른 주주인 김재호, 박현선도 모두 카카오 출신이다보니 크래커는 사실상 카카오 그룹의 CIC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이 모든 논란에서 서 이사장은 “크래커는 재단과는 다른 별도 법인”이라는 입장을 유지합니다. 크래커가 GC 멤버인데도 말입니다.
또 문제가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크러스트의 대표가 사임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겁니다. 강준열(조슈아)이 지난달 말 사임했다는 겁니다. CFO 정명진(저스틴)은 작년 말에 퇴사했습니다.
커뮤니티나 언론 입장에서 클레이튼의 핵심 관계자가 물러나면서 일언반구 얘기도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크러스트 임원 이동을 서 이사장이 직접 설명했다는 겁니다. 크러스트가 아니라 재단이 친절하게요.
지금까지 기조로 보면 재단과 크러스트는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고, 크러스트는 재단과 아무 상관도 없는 회사입니다. 남의 회사 일을 서 이사장이 직접 얘기하는 것은 또 뭔가요? 그것도 뒤늦게 문제가 되고 난 이후에요.
재단은 “크래커와 크러스트는 재단과는 다른 곳”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안(크래커의 클레이 몰래 팔기, 믹서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재단은 모르는 일이니, 그쪽이 알아서 해명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사안(크러스트 대표 사임)에 대해서는 서 이사장이 직접 해명을 합니다. 원칙이 없습니다.
서 이사장이 클레이튼 프로젝트의 리더가 맞나요? 아니면 감독(카카오)이 보낸 다른 투수들처럼 언제든 강판 당할 투수 중 하나인가요?
야구에는 패전 처리를 전담하는 마무리 투수가 있습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지만 그래도 투수가 있어야 게임을 끝낼 수 있으니까요.
서 이사장이 역전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길이 아직 있습니다.
크래커랩스처럼 재단 로드맵에 장애가 되는 GC를 축출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지휘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여주면 됩니다. 카카오와 재단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재단이 GC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떠난 사람을 변명해주거나, 큰 실수(?)를 한 카카오 옛 동료를 감싸주는 게 재단 이사장의 역할이 아닙니다.
결단은 서 이사장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재단을 떠날 때는 ‘안녕’ 인사는 꼭 하시기를. 누구처럼 몰래 나가지 말구요. 패전 투수도 관중에게 인사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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