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위스 두 번째 규모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30억 스위스프랑(약 32억 달러,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합의는 인수 가격 등을 둘러싼 치열한 물밑 협상 끝에 극적으로 이뤄졌다. 스위스 정부의 강한 의지 속에 아시아 시장 개장 전 타결을 위해 시간적인 압박도 받았다.
FT는 UBS가 처음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제안했다고 보도했었다. 주당 0.25 스위스프랑(약 0.27달러, 353.12원)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CS 측은 인수가격이 낮아 은행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반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었다.
이 과정에서, 최종 불발시 스위스 정부가 CS를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국유화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넣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어 UBS가 20억 달러 이상을 제안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FT는 전했고, 이후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 국립은행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가액이 30억 스위스프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합의에 따라 CS의 주주들은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CS 주가는 주당 1.86스위스프랑(약 2달러, 2627.19원)이었다.
아울러 스위스 정부는 UBS가 CS를 인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손실을 막기 위해 90억 스위스프랑(12조7000억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스위스 국립은행은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UBS에 1000억 스위스프랑(1080억 달러, 14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인력 감축 규모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운영에서 UBS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한 만큼 꽤 큰 규모의 정리해고가 이뤄질 수 있다고 CNBC는 전망했다.
스위스 국립은행은 성명에서 “UBS의 CS 인수로, 이 예외적인 상황에서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고 스위스 경제를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면서 정부와 규제당국이 협력해 스위스에서 가장 큰 양대 은행 합병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콜름 켈러허 UBS 회장은 “이번 인수는 UBS 주주들에겐 매력적이지만 CS에 관한 한 긴급 구제”라면서 “사업에 남은 가치를 보존하면서 부정적인 노출을 제한하는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이것은 스위스 재정 구조와 세계 금융에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라고 당위성을 역설했다.
UBS에 따르면 합병된 은행은 5조 달러의 투자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카린 켈러 서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이것은 상업적 해결책이지 구제금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악셀 레만 CS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지역은행이 촉발한 금융 불안이 잘못된 시기에 은행을 강타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미국 은행 시스템의 자본과 유동성 포지션은 강하고 미국 금융 시스템은 탄력적”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 상대국들과 긴밀히 접촉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CS는 스위스 중앙은행에게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540억 달러, 70조6000억원) 대출을 받을 것이란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한 주 동안 약 26% 빠지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최악의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CNBC는 CS 규모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은 이 미국 은행들보다 훨씬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S의 대차대조표는 지난해 말 현재 약 5300억 스위스프랑(약 748조6000억원)으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당시의 약 두 배에 달한다. 또 CS는 해외에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고 글로벌 금융시스템과도 훨씬 더 연결돼 있다.
CS는 지난해 4분기 예금의 38%를 잃었다. 지난해 73억 스위스프랑(약 10조3000억원)의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추가로 상당한 손실이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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