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부동산PF 대출…연체율 상승 부메랑
#고위험 대출 많은 저축은행, 타격도 가장 커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급격히 늘려왔던 금융사들이 사업장 부실화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활황세를 보였던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116조6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3년 35조300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늘면서 2021년 102조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4조6000억원 더 불어난 규모다.
이 기간 은행 PF 대출 잔액은 21조5000억원에서 30조8000억원으로 43.3% 증가했다. 비은행은 13조8000억원에서 85조8000억원으로 6배 넘게(521.7%) 급증했다.
미분양주택 물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만2000호로 전년 동기 1만4000호에서 3배가 됐다. PF 대출 연체율은 0.25%에서 0.61%로 2.4배 상승했다.
업권별 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지난해 3분기 ▲보험사 44조6000억원 ▲은행 30조8000억원 ▲증권사 27조4000억원 ▲여신전문사 27조2000억원 ▲저축은행 10조6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18%에서 지난해 3분기 0.61%로 뛰었는데, 은행은 0.03%에서 0.14%로 급등했다. 비은행은 0.24%에서 0.77%로 치솟았다.
이 중에서도 저축은행은 고위험 사업장과 리스크가 큰 아파트 외 사업장 대출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의 아파트 외 사업자 대출비중은 80%가 넘고, 고위험 사업장 대출비중은 30%에 달한다.
고위험 사업장은 본 PF 대출에서 공정률이 60% 이상인데 분양률이 50% 이하거나, 브리지론에서 위험 지역에 소재한 사업장을 말한다. 브리지론은 본 PF를 시작하기 전 토지매입과 인허가 비용을 위해 계약금, 중도금, 잔금 대출 등 자금을 조달하는 연결 다리 역할을 한다.
사업 인허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단계에서 이뤄지는 고금리 단기대출로 토지매입 위험, 인허가 위험, 본 PF 미성사 위험 등이 상존한다. 착공 이후의 본 PF 단계에서도 미분양 위험, 시공사 위험, 준공 위험 등이 따라붙는다.
업권별 고위험 사업장 대출비중은 지난해 상반기말 ▲저축 29.4% ▲증권 24.2% ▲보험 17.4% ▲여전사 11.0% ▲은행 7.9% 순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외 대출비중은 ▲저축 84.6% ▲증권 77.6% ▲여전사 60.2% ▲보험 40.6% ▲은행 30.0% 순이다.
금융권은 리스크가 큰 고위험 사업장과 아파트 외 대출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과 증권업계에서 향후 부실화로 인한 타격이 연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경기 저하 여파에 지난해 3분기 연체율 2.39%, 고정이하여신비율 2.38%로 상승하며 업권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집계됐다. 유동성 비율은 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같은 기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이다.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비율은 감독규정에 따라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유동성 비율이 내려갈수록 향후 위기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NH저축은행 190.6% ▲키움저축은행 181.5% ▲키움예스저축은행 181.4% ▲한국투자저축은행 167.3% ▲하나저축은행 159.4% ▲OSB저축은행 153.8% ▲애큐온저축은행 152.2% ▲머스트삼일저축은행 151.4% ▲우리금융저축은행 139.1% ▲SBI저축은행 126.3% ▲신한저축은행 118.7% ▲페퍼저축은행 112.2%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 평균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주요 은행들의 하락세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전 분기(3분기 말) 149.2%에서 37%포인트 급락했다. SBI저축은행은 138.5%에서 12.2%포인트 내려갔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61.9%에서 22.8%포인트 떨어졌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는 거액여신 특성상 이벤트 발생 시 건전성 지표 급격한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연쇄 부도 역시 부동산 PF 부실이 기폭제로 작용했었다. 과거 경험을 통해 PF 대주단협의체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수익성 저하나 건전성 악화는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 SVB 파산에서 볼 수 있듯이, 지표가 건전하다고 해서 1~2년간은 안심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도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그해 상반기 유동성비율이 109%였다. 급격한 예금 인출은 양호한 과거 지표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을 부실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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