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대표, 도피 1년 만에 체포
美 SEC,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고발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시가총액 52조원이 일주일 만에 100% 폭락한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피 약 1년 만에 체포됐다. 한때 가상자산(가상화폐) 업계 천재로까지 불렸던 그는 테라-루나 사태로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한 인물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권 대표로 추정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인물은 권 대표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몬테네그로 내무부 장관 필립 애드직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세계적인 지명 수배자인 권도형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검거됐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내무부에 따르면 당시 그는 위조된 벨기에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업계 주요 인물로 주목받았다. 사태 발생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 블룸버그는 권 대표를 “루나의 왕에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트코인 고래가 됐다”고 소개하며 조명하기도 했다.
한때 ‘천재’로까지 불렸던 그는 지난해 5월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로 한순간에 범죄자로 몰락했다. 그를 세계적 지명 수배자로 만든 사건인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에 많은 기록을 남긴 사건이다. 일주일 만에 100% 폭락한 테라와 루나는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됐으며, 시가총액은 52조원이 날라갔다. 현재 피해자만 28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 여파가 유독 컸던 이유는 미국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달러 등 법정화폐에 일대일로 연동돼있어 보다 안정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기존 가상자산과 다르게 분류되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UST)’와 달러의 연동(페깅)이 깨졌고, 테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된 루나(LUNC, 테라 클래식)도 흔들렸다. 결국 사태 발생 직전까지 10만원 대에 거래되던 루나는 단 6일 만에 가격이 1원 밑으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99% 폭락한 수치다.
가치 유지에 대한 믿음이 컸던 만큼 테라와 루나의 몰락은 시장에 큰 피해를 안겼다. 결국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그를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테라와 루나의 증권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해를 지적한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당시 고발장을 통해 “권 대표가 디지털 자산을 판매하며 투자자로부터 모금한 수십억 달러 중 다수는 등록되지 않은 증권”이라며 “그가 판매한 무기명 증권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최소 400억달러(약 51조8200억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권 대표가 이후 비트코인을 대거 빼돌려 현금화한 사실도 발각됐다. SEC에 따르면 그는 비트코인 1만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실물 가상자산 저장소)’에 보관해왔으며, 지난해 5월부터 해당 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주기적으로 이체해 현금으로 전환해왔다. 24일 현재 비트코인 시세인 3733만원(빗썸 기준)수준으로 계산하면 3733억원 규모다.
이번 검거는 국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내 검찰은 지난해 10월 권 대표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테라와 루나의 증권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두 코인이 증권인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아직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사진=코인데스크TV 권도형 인터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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