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이 촉발한 은행위기가 이른바 ‘슈퍼프라임 위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신용도가 낮은 주택 담보 대출,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가 원인이었다면, 이번 은행위기는 ‘부자들’의 머니 무브 때문이라는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현지 시간) 이를 ‘슈퍼프리임(Superprime) 위기’라고 보도했다.
# 슈퍼프라임 위기
SVB 뱅크런이 발생했을 때 이탈한 예금의 대부분은 25만 달러 이상의 ‘고액 예금’ 이었다.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25만 달러까지만 예금자 보호를 해준다. 지금은 무제한 예금보호를 선언했지만, 사태 초기 SVB를 무너뜨린 것은 25만 달러 이상 예금을 한 ‘부자들’이었다는 것.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대형 벤처캐피탈(VC), 스타트업 임원 등은 SVB에서 거액의 자금을 서둘러 인출해나갔다.
SVB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기업, VC,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을 고객으로 삼았다. 이들은 팬데믹 기간 뭉칫돈을 은행에 맡겼다. 반면 부자 고객들은 대출을 잘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쉽게 돈을 빼갔다.
은행은 남는 예금을 국채, 모기지 등에 넣을 수 밖에 없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이런 투자에 탈이 났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VC, 스타트업들은 예금을 빼내기 시작했다.
결국 SVB는 국채, 모기지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고, 뱅크런과 파산으로 무너졌다.
# 점보 모기지…독이 된 거액 대출
SVB와 함께 문을 닫은 시그니처 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지역 은행들은 고액 자산가들과 상대하면서 이른바 점보 모기지 영업에 주력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서 고가의 주택을 살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점보(Jumbo) 모기지라고 한다. 시그니처는 뉴욕, SVB는 실리콘밸리, 그리고 앞날이 불투명한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은행이다.
이들 은행은 72만 달러 이상, 최고 100만 달러가 넘는 점보 모기지를 취급했다. 거액 자산가들은 이들 은행에 큰 돈을 맡기고, 동시에 비싼 주택을 살 때는 큰 돈을 빌려갔다.
점보 모기지는 대체로 금리가 낮다. 은행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대출 상품이나, 수익성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특히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점보 모기지 채권은 시장성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뱅크런 상황이 왔을 때 점보 모기지를 다른 금융기관에 팔아 대출을 회수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점보 모기지는 우리나라 주택금융공사에 해당하는 패니메, 프레디맥 등 모기지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서를 받을 수 없다. 보증이 없다 보니 점보 모기지를 제3자에게 팔아 대출을 조기에 회수하려면 대폭 할인을 해야만 한다.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 리치세션…실직자가 된 고액 연봉자들
SVB 등이 위기를 맞은 또 다른 이유는 리치세션(richcession) 현상 때문이다. 지금 미국 경제는 ‘부자들이 더 큰 압박’을 받는 리치+리세션 상황에 처해있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대형 IT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고액 연봉자들이 대거 실업 상태에 빠졌다. SVB와 거래하던 이런 고액 예금자들이 직장을 잃으면서 예금을 빼간 것이 뱅크런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WSJ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에도 고액 자산가, 고액 예금자들이 많지만 다양한 수수료 비즈니스로 수익을 다변화했다고 분석한다. 반면 SVB, 시그니처,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등은 과도하게 ‘우량 고객(Superprime)’에게 의존한 것이 화근이 됐다.
WSJ은 2008년 금융위기는 아래로부터 위험이 시작됐다면, 지금은 최상층에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전문 기자가 요약 정리한 핫뉴스, 블록미디어 카카오 뷰(클릭)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