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서 덜미…범죄인 인도 청구
美 8개 혐의로 기소…싱가포르도 수사
피해자들 투표 ‘美 인도해서 처벌’ 75%
공범 수사 위해선 송환 필수불가결해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송환을 놓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3국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형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에서 먼저 재판받게 하자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법조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4일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지난 23일 오전 9시(현지시각) 몬테네그로 포드리고차 공항에서 몬테네그로 경찰에 의해 체포된 인물이 지문 대조를 통해 권 대표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임이 확인되자마자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다만 권 대표가 최종적으로 어디로 송환될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권 대표 혐의가 여러 국가에 걸쳐 있어 각 나라별로 수사가 진행된 탓이다.
우선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단장 단성한)은 지난해 9월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온 상태다.
검찰은 권 대표가 그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두바이를 거쳐 도피한 것이 확인되자 곧바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바 있다. 지난 달에는 검찰과 법무부 관계자가 권 대표가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세르비아를 방문해 형사공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테라·루나 사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테라가 달러화와의 페깅(가치 고정)이 끊어지면서 테라의 가격을 지지해주던 자매 코인 루나의 가격도 연쇄 폭락한 사건이다. 한때 시가총액만 50조원이 넘어섰던 대형 코인들이 연쇄 급락하면서 국내외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SDNY)도 권 대표가 체포된 직후 그를 투자자 기만·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시세 조작·상품 사기·증권 사기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싱가포르 경찰도 권 대표가 800억원 대 가상화폐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수사 중이다. 이 밖에 몬테네그로 현지에서도 권 대표는 위조문서 소지 혐의 재판, 범죄인 인도 심리 등 총 2가지 사건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회원수 2700여명 규모의 국내 루나 테라 코인 공식 피해자 커뮤니티(네이버 카페)에서는 권 대표의 국내 송환을 찬반 무기명 투표에 부치기도 했다.
투표글을 작성한 카페 관리자는 사건 후 1년이 넘도록 “권도형을 제외한 공범 신현성 등과 연관된 어떠한 이들도 검찰에 기소된 사실이 없다”며 “권도형과 사기 공범들이 국내에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면 추적을 피해 은닉·세탁한 자금으로 해외로 출국하여 떵떵거리면서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검찰의 기소를 언급하며 “이러한 결과는 어쩌면 더 중요한 권도형과 협력한 국내 공범들과 회사들의 수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투표 참여자 67명 중 74.6%(50명)가 ‘미국으로 인도돼 처벌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 송환’은 14.9%(10명)에 그쳤다.
피해자 회원들도 댓글에서 “한국 검찰은 믿는다 해도 한국 법원을 믿을 수가 없다”, “신현성과 일당들 구속영장 줄줄이 기각하는 꼴을 보면 답 나온다”, “한국은 10년 정도 징역이지만 미국은 종신처럼 감옥에서 죽을 수 있다”고 호응하는 모습이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먼저 기소가 이뤄지면서 송환의 우선권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내에 남아 있는 공범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피해자 구제를 위해선 권 대표의 진술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검찰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지난주 두차례 불러 조사한 뒤 금명간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권 대표의 국내 자산이 밝혀져있지 않은 데다가 국내에 자산을 보유한 공범들과의 공모관계를 조사하려면 국내 송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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