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지원 및 금리 인하 기대감
#패닉 불안 여전…”당분간 변동성 장세 불가피”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은행 위기가 펼쳐지는 와중에도 미국 증시가 의외로 선방 중이다.
미국 지방은행 중심으로 주가 급락세가 나타난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 지수 흐름은 위기 부담을 뒤로 한 모습.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증시가 일단은 버티고 있지만 갑작스레 투자자들의 패닉 심리가 자극될 경우 뱅크런과 함께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금리 인상에도 꿈쩍 않는 투자자들
이달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시작으로 은행권 불안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확산됐고, 그간 시장 단골 악재였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이 지속됐지만 아직까지 증시발 패닉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지난 한 주 1.2% 올라 2주 연속 하락은 면했으며, S&P500지수의 경우 1.4% 상승해 3월 월간 하락을 보합 정도로 끌어 올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1.7% 전진해 월간으로는 이미 3% 넘는 상승을 기록 중이다.
이렇듯 투자자들이 은행 위기와 연준 금리 변수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인 데는 당국의 지원 기대감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린 덕분이다.
아이캐피탈 수석투자전략가 아나스타샤 아모로소는 “규제 당국이 필요 시 개입해 (은행) 업계를 방어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돼 있다”면서 그 덕분에 은행 불안이 시장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금융당국은 SVB 파산 사태 이후 이례적으로 신속히 예금 ‘전액 보장’이라는 대응 카드를 꺼내 불안을 진정시켰고, 유럽발 위기 불안감을 키웠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스위스 최대 IB인 UBS가 전격 인수를 결정하며 위기 진화에 성공했다.
물론 지난주 재닛 옐런 미 재무부장관이 은행 예금에 대한 포괄적 보험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말바꾸기로 일시 혼란이 초래되는 듯 했으나 하루 만에 “필요 시 예금 보호 추가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언급에 금새 수습됐다.
아모로소는 또 은행 위기가 계속되면 연준이 이르면 6월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인하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역시 증시를 떠받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위기가 확산되면서 초래된 시장 혼란 덕분에 중앙은행들이 의도했던 금리 인상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긴축 종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 역시 증시에는 호재다.
실제로 이달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은행 파산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은행권 사정이 얼마나 경제를 둔화시킬지 파악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한 차례, 혹은 그 이상의 금리 인상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패닉 뱅크런 나오면 끝장” 불안감 여전
미국 증시가 이처럼 상승을 이어가고는 있으나, 언제든 공포의 뱅크런이 2008년과 같은 금융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당국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리먼브라더스 파산 당시처럼 손 쓸 수 없는 대규모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긴 하나 투자자들은 미국이나 유럽 당국이 예금 보장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뱅크런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T로우프라이스 멀티에셋부문 전략가 팀 머레이는 “모두가 예금을 빼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괜찮을 문제이나 한 명이 예금을 뺄 경우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마치 ‘죄수의 딜레마’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미국 지방은행들의 뱅크런 가능성이 투자자들이 잠 못 드는 이유라면서, 특히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 마감 후 연준이 공개한 데이터에서 소형 은행들의 예금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27일 뉴욕 증시가 다시금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SVB와 시그니처은행 붕괴 여파가 한창이던지난 15일까지 일주일 간 중소형 은행의 예금 잔액은 1190억달러(약 154조7000억원)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최대 예금 유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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