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부동산 플랫폼 업체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대비 17.2% 감소했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대단지 모습. 2023.03.20. ks@newsis.com
지난해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 239조 추정
임대 수익 하락하고 공실률 높아져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금리에 공실률까지 상승하고 있어 상업용부동산 투자자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지역 단위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 캐피탈사 등 비은행권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업 대출은 374조9260억 원으로 전년(332조6821억 원)대비 12.7% 늘었다. 이 가운데 예금은행이 276조7416억 원을,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98조1844억 원을 기록했다.
상업용 부동산 매입자금은 시설자금으로 잡히는 데, 전체 부동산업 대출의 60% 이상이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말 부동산업 중 시설자금 대출액은 239조311억 원으로 전체 부동산업 대출의 63.7%를 차지했다. 시설자금은 대부분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볼 수 있다.
또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시중은행)의 상업부동산 대출 잔액은 184조7000억원으로 전년(171조3000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지난해 상업용부동산 거래량도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38만849건으로 2020년(33만5556건)과 비교해 13.5% 늘었다.
우려가 되고 있는 부분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상가 건물의 공실이 늘어나고 있고,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우리 경제에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중대형 상가는 0.33%, 소규모 상가는 0.52%, 집합상가는 0.32%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가 13.2%, 소규모 상가가 6.9%를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0.1%포인트, 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상업용부동산 대출 중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아 취약한 구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상업용부동산 대출은 예금은행 가운데 법인이 119조5556억 원으로 전년대비 23조5649억 원(24.5%) 늘었고, 비법인은 157조1860억 원으로 전년대비 1조3095억 원(0.8%) 증가했다. 자영업자로 볼 수 있는 비법인이 전체 예금은행 부동산업 대출의 56.8%를 차지했다.
고금리에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상업용부동산을 구입한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수익 부진 등으로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대출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개인사업자 등이 빌리는 상업용부동산 대출은 일반 개인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규제가 느슨해 향후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 연체율이 높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상업용대출 연체율이 0%대로 낮은 편이라 아직까지는 문제 발생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CMBS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하나로 금융기관이 업무용 건물이나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미 CMBS 연체율은 3.12%로 1월 2.94%에 비해 0.1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은행권 상업용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7%로 전년(0.09%) 대비 줄었다.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이 0.25%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비은행의 경우 안심하기 힘들다. 한은에 따르면 비은행 부동산PF 연체율은 증권사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급등했고,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0.5%에서 1.1%로, 저축은행은 1.2%에서 2.4%, 보험사는 0.1%에서 0.4%로 높아졌다.
비은행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15조5000억원으로 대출이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000억원을 차지한다. 지난해 9월 말 부동산·건설업 익스포저 규모는 5년 전 대비 여전사가 4.2배, 저축은행 3.4배, 상호금융 3.1배, 보험사 1.7배 등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우 LTV 대출규제, 부동산업 대출 비율 관리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지만 비은행권의 경우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커 부동산 경기 위축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상업용부동산 대출은 부동산 경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분양주택이 증가할 경우 비은행기관을 중심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PF대출 등을 중심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증권사와 여전사, 저축은행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큰 폭 늘고 있고 일부 업권의 경우 부실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아직까지는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넘어서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위축이 장기화 될 경우 규제비율 아래로 내려가는 금융기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출유동화증권 등 부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전문 기자가 요약 정리한 핫뉴스, 블록미디어 카카오 뷰(클릭)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