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CEO 창펑자오를 파생상품 등과 관련한 규제 위반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낸스(Binance)는 2017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돼 현재는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2019년 샌프란시스코 소재 사무소도 세웠다. 바이낸스 측은 본사가 따로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바이낸스는 창펑자오와 그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허이(何一)가 함께 설립했다. 창펑자오는 꾸준히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지만 허이는 매체에 가끔 등장했을 뿐이다. 허이는 어떤 인물일까?
# 방송 진행자로 사회 첫발, 크립토의 여인으로 변신
허이(何一)의 본명은 허잉(何英)이다. 1986년 10월생으로 중국 스촨성에서 태어났다. 중국 자연과학의 최고학술기관 중 하나인 중국과학원(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허이는 대학 졸업후 심리 상담가이자 대학 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여행위성채널의 진행자가 됐다. 여행위성채널은 현재의 하이난위성TV인데, 허이는 미모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목적지(美丽目的地)’, ‘멀어도 어디든(有多远走多远)’, ‘세상은 아름다워(世界多美丽)’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2013년 4월에는 베이징 위성채널의 ‘베이징 신발견’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러던 허이는 2013년 당시 글로벌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 OK코인(OKCoin) 공동창업자로 합류하면서 중국에서 ‘비트코인 퍼스트 레이디’라는 별칭을 얻었다. OK코인 공동창업자는 쉬밍싱, 창펑자오와 허이 세 사람이었다.
OK코인은 현재의 OKEX다. OK코인은 당시 24시간 기준 30억 위안(한화 5700억원)을 거래했는가 하면 2013년 시리즈A에서 1000만 달러의 펀딩을 받기도 했다.
2015년 여성잡지 ‘마리끌레르’ 2월호에 허이의 인터뷰가 실렸다. OK코인에서 활동하던 시기였는데 당시 허이는 “비트코인을 대중에게 확산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OK코인의 두 남자 보다 뛰어난 장점이 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그들보다 사용자를 잘 이해한다. 두 사람은 전문적인 면에서는 매우 강하지만 남자들의 사고는 너무 직선적이다. 나는 사용자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방법을 안다. 여자의 세심함은 대체불가능이다.”
# OK코인을 떠나 IT업체 근무, 그리고 바이낸스를 설립하다
2015년 말, 허이는 OK코인을 떠나 당시 200억 위안(3조 8000억원) 가치의 빅테크 기업인 ‘이샤(一下) 테크놀로지’ 부총재로 합류한다. 이샤 테크놀로지에서는 경영과 제품 시장을 총괄했다.
허이는 2017년 8월 창펑자오와 함께 바이낸스(Binance)를 설립하고 CMO를 맡는다.
바이낸스는 같은 달 18개의 토큰을 상장했고 180여개국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7년 9월 1일 바이낸스는 중국의 판청캐피털과 블랙홀 캐피털로부터 1000만 달러의 엔절 투자를 받았다. 이후 바이낸스는 급성장했다.
# 2019년 중국 당국의 암호화폐 금지 발표 후 위챗 개인 계정 차단
2019년 12월 12일 저녁 허이와 트론 창업자 저스틴 선의 위챗이 차단되는 일이 있었다. 이유는 위챗의 커뮤니티 규약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앞서 11월 13일 저녁에는 바이낸스 거래소의 공식 위챗 계정과 채널이 폐쇄당했다.
당시 중국은 암호화폐 금지를 발표했고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암호화폐 관련 채널 다수를 사용 정지시켰다.
#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난 허이
허이는 2022년 8월 바이낸스랩스 대표에 취임한다. 바이낸스는 총 75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바이낸스 산하 벤처캐피탈(VC)로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약 2,100%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허이가 이끄는 바이낸스랩스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와 인큐베이팅부터 상장까지 동시에 주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도 제기된다.
2022년 11월 FTX가 붕괴한지 한달쯤 지난 12월 중순 허이가 내부 직원들과 소통한 메시지가 공개됐다. 당시는 각 거래소가 준비금 증명을 한참 공개하던 때였다. 바이낸스의 준비금 증명을 해주던 글로벌 회계법인 마자르(Mazars)가 협력을 중단한 직후였다.
바이낸스에서도 대규모 출금 사태가 이어졌다. 허이는 “거래소들이 돌아가면서 자금이 고갈될 때까지 출금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더 이상 출금해줄 돈이 없어지면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밝혔다.
올해 들어 허이는 공개석상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1월 10일 홍콩에서 열린 ‘POW’ER 홍콩 웹3 혁신가 써밋’에 화상으로 참가해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그녀의 발언은 그동안 창펑자오의 발언인가 싶을 정도로 흡사했다. 그녀는 두 사람의 역할도 거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규제가 바이낸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바이낸스의 공개 성명과 태도를 보면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규제를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규제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바이낸스는 이제 과거의 ‘디지털 유목민’과 같은 온라인 공유 오피스 방식을 바꿨고 많은 지역에 사무실을 설립했다.”
창펑자오가 평소했던 말과 거의 같다.
허이는 최근 창펑자오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CFTC의 공격에 맞서야 하는 바이낸스. 허이는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뮬란처럼 바이낸스를 구출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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