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바이낸스와 창펑자오에 대해 상품선물 관련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잡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소장에는 바이낸스의 내부 통제, 고객과의 관계, 암호화폐 트래이딩에 대한 창펑자오의 시각 등이 적나라하게 기술돼 있습니다.
바이낸스는 우리나라에서도 고팍스를 인수해 시장 진출을 추진 중입니다. 고팍스는 바이낸스 측 임원진이 선임됨에 따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바이낸스가 미국에서 받고 있는 혐의는 자금세탁방지, 고객정보확인 위반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규제차익’을 노린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 인수를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주목 됩니다.
블록미디어는 CFTC 기소장의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했습니다. 바이낸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국내 진출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규제차익으로 바이낸스가 얻을 막대한 이익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 CFTC, 바이낸스 내부 문건 및 메신저 통신 내용 적시
기소장에는 창펑자오와 바이낸스 법무책임자, 기타 임직원들이 나눈 메신저 대화, 이메일, 내부 보고 문건 등이 상세하게 나옵니다. 미국의 주요 고객들도 등장합니다. 이들 역시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업무 협의를 했는데요.
창펑자오가 주로 사용한 메신저는 ‘시그널(Signal)’ 입니다. 시그널은 자동 문자 삭제 기능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CFTC가 창펑자오과 고객 간에 시그널 메시지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내부자의 고발 또는 해당 고객의 제보나 협조(?)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 창펑자오, 코인 트래이딩은 게임이다…바이낸스, “도박성있다”
창펑자오는 바이낸스의 상품 개발에 직접 개입했습니다. 다른 경쟁 거래소의 파생상품을 모니터링하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서비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2020년 10월 28일 창펑자오는 내부 회의방에 웹 링크 하나를 공유합니다. ‘게임화된 크립토 트래이딩’이라는 문서였는데요. 그는 “이걸 잘 읽어보세요”라고 했습니다.
바이낸스 직원들은 해당 링크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된 내용을 공유합니다.
1. 통상 이런 종류의 상품은 ‘도박’처럼 보인다. 규제 이슈와 평판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상품이 도박 게임처럼 보이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2. 사용자들은 이런 상품들에 쉽게 중독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트래이딩(또는 ‘플레이’라고 부를 수도 있음)에 있어 책임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현재도 ‘배틀 기능(Battle function)’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들이 서로 경쟁을 하고 파생상품 트래이딩을 통해 포인트를 따는 것인데요. 1 대 1로 1 분 동안 배틀을 해서 누가 더 많이 버는지 ‘내기’를 하는 겁니다.
# 바이낸스 자체 트래이딩 거래
바이낸스는 대략 300 개의 자체 계좌(house accounts)를 통해 코인 매매를 수행했습니다. 이 계좌는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창펑자오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창펑자오 자신도 개인 계좌를 이용해서 코인 매매를 했습니다. 바이낸스는 고객들에게 이 같은 자기매매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 미국 고객 관리
창펑자오는 주기적으로 미국 고객 동향을 직접 보고 받았습니다. 공식적으로 바이낸스에는 미국인 고객이 없지만, 미국 현지에서 고객 관리를 위한 파티가 개최되는 등 사실상의 영업 활동이 이뤄졌습니다.
2022년 4월 라스베가스에서는 초고빈도거래, 프라임 브로커, 벤처캐피탈 등 ‘대형 계좌’ 고객들을 초청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네트워킹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바이낸스와 창펑자오는 미국에서 열리는 각종 컨퍼런스에 참여했습니다.
# 창펑자오, 60 달러 가구 구매까지 체크
바이낸스 창펑자오는 ‘만기친람’ 형 CEO입니다. 주요한 의사 결정, 사업 확대, 경영 관리는 모두 그의 체크를 받습니다.
바이낸스 운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의 손을 거치게 돼 있는데요. 2021년 1월에는 바이낸스 사무실에서 쓸 60 달러 짜리 가구를 구입할 때에도 그의 재가를 거쳤습니다. 당시 바이낸스는 매월 7억 달러 씩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바이낸스에는 이사회가 없습니다. 창펑자오는 오직 자기 스스로에게만 보고하면 됩니다.
# 바이낸스의 미국 고객 비중과 규제에 대한 생각
2020년 1월 현재 바이낸스의 고객 중 미국에 있는 고객은 19.9% 수준입니다. 2020년 6월 비중은 17.8% 정도입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거래를 하는 바이낸스 입장에서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특히 대형 트래이딩 회사들이 매매를 하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 미국 고래 고객을 놓칠 수는 없는 것이죠. 풍부한 유동성이 이들 고래 트레이딩 회사에서 나오니까요.
바이낸스는 미국 고객을 유치하면 안된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 10월 바이낸스의 법률 담당자 림(Lim)은 동료에게 이런 농담을 합니다.
“미국 사용자=CFTC=민사소송, 곧 벌금과 합의
KYC(고객정보확인) 태만=자금세탁방지법위반=형사소송으로 감옥행”
# 하마스 테러 자금
바이낸스가 KYC 규정과 자금세탁방지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정황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2019년 2월 바이낸스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와 관련된 정보를 받습니다. 규제 책임자 림은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테러리스트들이 약간의 돈을 보내곤 해. 마친 큰 돈을 자금세탁하는 것처럼 말야.”
이에 대해 바이낸스 직원은 이렇게 답합니다.
“600 달러 짜리 AK47 자동소총을 겨우 살 정도의 돈이죠.”
2020년 2월 림은 러시아 고객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들은 범죄 자금 처리를 위해 온거야.”
바이낸스 내부 문건에는 “우리는 악당들을 보지만, 눈을 감아버립니다(we see the bad, but we close 2 eyes)”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바이낸스 직원이 한 고객의 활동이 불법적인 것 같다고 보고하자, 림은 다음과 같이 처리하라고 지시를 내린 적도 있습니다.
“그 고객에게 자금 이동을 조심해서 하라고 알려줘. 특히 히드라 같은 다크넷을 쓸 때 말야. 새로운 계좌를 열어 줄 수 있다고 해. 현재 계좌는 오염됐으니 폐쇄해야 한다고.”
# “너무 엄격하게 굴지말 것…CZ가 싫어함”
바이낸스 규제 담당 직원들은 금융 당국보다 창펑자오 눈치를 더 심하게 봤습니다. 2020년 9월 림은 동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너무 엄격하게 굴지 말라고. 고객 거래 중단 조치=CZ가 싫어함.”
창펑자오 자신도 미국의 규제를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 것인지 초점을 맞췄는데요. 2019년 6월 9일 경영 회의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와 조금이라도 거래를 하면 이를 막는 수 많은 법률 규정이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28 개 있는데, 이와 관련된 거래는 모조리 보고를 해야 한다. 우리 회사 구조상 이는 매우 적절하지 않다. 우리가 이런 보고를 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 고객을 갖지 않으면 된다. 솔직히 이건 합리적이지 않다. (중략)
미국 규제 당국이 우리를 위해 특별한 케이스를 만들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미국 규제에 맞지 않는 일들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 내부 고발 우려…민간함 정보는 창펑자오에게만 보고
바이낸스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미국 고객을 유치하고, 영업을 한 것은 심각한 리스크입니다. 밖으로 새나가면 큰 일이죠. 창펑자오는 내부고발을 걱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3월 바이낸스는 국가별 고객 데이터를 회람하는데요. 창펑자오는 “나한테 우선 보고하고, 다른 곳에는 뿌리지 말라. 특히 미국 규제 당국과 일하는 파트에는 보여주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2020년 8월 메신저 대화에서 창펑자오는 “미국 API 고객의 매매 데이터를 그룹으로 보내지 말고, 오직 자신한테만 보낼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바이낸스는 미국 고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바이낸스가 미국의 대형 트래이딩 회사 A, B, C와 어떤 식으로 거래를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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