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외국인 韓 부동산 매수 다시 증가
올해 1월 737명→2월 906명→3월 1170명
중국 65.9% 차지…미국·캐나다 등 뒤이어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한국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최근 집값 바닥론과 함께 일부 수도권 아파트 단지들의 집값이 반등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국인 매수세도 다시 붙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부동산(건물, 토지, 집합건물)을 매매한 외국인 수는 1170명으로 전월(906명) 대비 29.14% 증가했다.
한국 부동산을 구매한 외국인이 1000명대를 넘긴 것은 지난해 12월(1014명) 이후 3개월 만이다. 올해 외국인 매수인들은 ▲1월 737명 ▲2월 906명으로 계속 1000명을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정부의 외국인 투기 근절대책 등이 맞물려 외국인 매수세가 줄었다가 최근 수도권 등 일부 단지의 반등세에 힘 입어 다시 매수세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별 외국인 매수인들은 중국이 771명으로 전체(1170명)의 65.9%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153명, 13.08%) ▲캐나다(62명, 5.30%) ▲베트남(34명, 2.91%) ▲러시아(22명, 1.88%)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외국인 매수 증가세는 특히 서울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지난달 서울 지역 부동산을 매매한 외국인의 수는 129명으로, 전월(79명) 대비 63.29% 증가했다. 서울 부동산을 매매한 외국인은 지난해 11월 113명에서 ▲12월 98명 ▲올해 1월 63명 ▲2월 79명으로 월 100명 밑으로 떨어졌다가 4개월 만에 다시 반등했다. 또 경기도 지역의 외국인 부동산 매매 건수 역시 436건으로 전월(359건)보다 21.45% 늘었다.
1170명이라는 규모는 지난달 전체 매수인 14만5801명의 0.8% 정도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올 1월엔 0.67%, 2월에는 0.74%였던 것과 비교하면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외국인 매수인은 전체 96만8569명 중 1만679명으로 1.1%로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한 바 있다.
그동안 외국인은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규제 등 고강도 금융 규제를 받지 않고, 부동산 매수 비용을 자국에서 조달받아 한국에서 부동산을 살 수도 있다 보니 내국인보다 부동산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돼 있었다. 그렇다 보니 집값 상승기 당시 외국인들의 부동산 매수는 국내 부동산 투기 열풍을 더 자극했고, 100% 외국 자금으로 한국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는 법무부,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투기성 거래가 의심되는 매매건에 대해 3개월간 기획조사를 실시했고, 567건의 위법의심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국토부와 관세청이 불법 해외자금을 이용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투기 근절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시 돌아온 외국인 매수세가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국적으로 1000여 건의 외국인 매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인들의 경우 상호주의에 따라 규제 완화도 내국인과 똑같이 적용받고 자금조달은 더 용이하다보니 호가가 올라가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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