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아비트럼(Arbitrum) 재단이 코인을 무단 매각하면서 커뮤니티가 강력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비트럼 생태계는 디파이(Defi)로 주목받았는데 과연 그렇게 많은 자체 토큰을 발행할 필요가 있었을까?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거버넌스가 통하지 않는 아비트럼에는 코인이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아비트럼은 무려 27억개의 ARB 토큰을 발행했다. 우리 돈으로 4조 3170억원 어치다. 재단은 그 중 7억 개의 토큰을 팔아 운영비와 특별 보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1조 1200억원이나 된다.
링크드인 기준 아비트럼 팀원은 13명 밖에 없다. 이것이 맞다면 아비트럼 소속 팀원 1인당 860억원의 운영비를 쥐는 셈이다. 이 정도면 돈찍는 기계라는 지적이 결코 무색하지 않다.
이번 사태를 통해 아비트럼 재단은 거버넌스에 문제를 나타냈고 커뮤니티의 견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아비트럼은 이더리움 확장을 위해 설계된 레이어2 프로젝트다. 경쟁사인 옵티미즘의 OP 토큰 유통량은 3억 1500만개로 아비트럼의 9분의 1 수준이다.
6일 코인긱(COINGEEK)의 저자 조던 앳킨스(Jordan Atkins)는 아비트럼, 윈터뮤트를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오클랜드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조던 앳킨스는 법률, 출판 및 컨설팅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법률 적용 및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 “아비트럼의 탈중앙화 약속은 겉치장에 불과”
아비트럼(Arbitrum)은 지난 주 오랫동안 약속해온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으로 전환했고, 이로써 ARB 토큰 보유자는 아비트럼의 거버넌스에 관해 적절한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탈중앙화 약속이 겉치장에 불과했다는 걸 확인하는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블록체인을 담당하는 아비트럼 재단은 DAO의 첫 번째 제안을 했다. 10억 달러 상당의 ARB를 관리 비용과 특별 보조금 명목으로 재단에 할당한다는 것이었다.
ARB 보유자들은 찬성하지 않았고 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아비트럼 재단은 이 제안을 투표에 회부하기도 전에 10억 달러 토큰의 일부를 팔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표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들은 첫번째 제안이 아비트럼 재단이 이미 내린 결정을 비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커뮤니티에 말했다.
다시 말하면, 아비트럼 재단은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토큰 소유자에게 어떤 결정권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얘기가 된다. 탈중앙화 자율조직이 아닌 것이다.
# 아비트럼, 의심스러운 마켓 메이커 ‘윈터뮤트’와 끈끈한 관계
이 사건에서 아비트럼의 마켓 메이커인 윈터뮤트(Wintermute)도 주목받았다. 런던 기반의 디지털자산 헤지펀드 윈터뮤트는 10억 달러 배당 물량의 일부로 4000만 개의 ARB를 받았다.
윈터뮤트는 2021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2020년 말 약 2,300만 달러의 이익에서 2021년 12월까지 5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작년 테라 사태 때는 더욱 성장했다.
그러자 2022년 9월, 저스틴 선의 트론(Tron)은 자신들의 디파이(DeFi) 생태계를 위한 공식 마켓 메이커로 윈터뮤트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윈터뮤트는 11월 파산한 FTX의 다음번 대작을 예고하고 있다.
포브스는 작년 12월 “샘 뱅크먼-프리드의 헤지펀드(알라메다)가 사라지자 윈터뮤터가 떠올랐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포브스는 “윈터뮤트는 암호화폐 시장을 능숙하게 탐색하고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 붕괴에서 큰 승리를 거두면서 세계 최고의 암호화폐 거래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 윈터뮤트, 테라 붕괴로 재미
윈터뮤트는 지난 5월 테라(Terra) 붕괴 당시 2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UST-LUNA 차익거래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수 천만 달러의 이익을 벌어들였다.
윈터뮤트는 당시 UST를 0.80달러에 매수하고 1달러 상당의 루나(LUNA)로 교환한 뒤 루나를 다시 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런 거래는 UST가 약 0.10달러로 떨어질 때까지 계속됐다고 포브스는 보도했다.
이 계획은 심지어 유동성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윈터뮤트에 수 백만 달러의 UST를 대출해준 테라와 루나 설계자 권도형의 지원도 받았다.
윈터뮤트는 당시 거래 알고리즘을 짜기 위해 4,000줄에 달하는 코드를 작성했고, 하루에 수 백만 건의 거래를 수행했다. 대규모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 상한을 건당 500만 달러로 제한하기도 했다.
# 남편은 CEO, 아내는 COO
포브스는 윈터뮤트가 재난 속에서 수익을 창출한 일과 CEO 에브게니 가에보이(Evgeny Gaevoy. 사진)의 능력 사이에 곧바로 선을 긋는다. 포브스의 비유를 빌리자면 윈터뮤트에서 샘 뱅크먼-프리드(SBF)같은 인물이 바로 가에보이이기 때문이다.
윈터뮤트 CEO 에브게니 가에보이가 밝힌 바에 따르면 윈터뮤트는 작년 12월 현재 4억 달러의 자본과 7억 2천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4억 달러의 자기자본 중 3억 5천만 달러는 스테이블 코인(주로 USDC)과 현금이며 나머지 5천만 달러는 벤처 캐피털 투자로 이뤄져 있다. 그의 아내는 윈터뮤트의 자회사 벤처캐피털 COO를 맡고 있다.
윈터뮤트에 없는 것은 거래소 뿐이다. FTX는 헤지펀드 알라메다의 파이프라인이었다. 포브스는 ‘FTX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목표로’ 윈터뮤트가 거래소를 꿈꾸고 있다고 썼다.
# 윈터뮤트는 또 다른 알라메다?
저스틴 선이 윈터뮤트를 소위 자신들의 디파이(Defi) 시장 조성자로 선정한 것조차 좋게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저스틴 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미등록 증권의 불법 판매와 가장매매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2022년 9월 윈터뮤트가 자체 디파이에 해킹을 당해 고객 자금 1억 6천만 달러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굳이 상기할 필요는 없다.
과거 망해가던 테라(UST)에 인위적 유동성을 제공한 전력이 있는 마켓 메이커가 이제는 탈중앙화라는 거짓으로 아비트럼의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ARB 토큰을 배당받고 있다.
이미 FTX와 공통점이 많은 회사를 둘러싸고 수 많은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비트파이넥스의 리처치 연구원은 “윈터뮤트가 다음번 알라메다가 될 것”이라면서 이 모든 연기가 또다른 FTX 스캔들이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 FTX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비트럼이 4000만개의 ARB 토큰을 배포한 사실이 밝혀진 뒤, 그게 누구인지 알려지기도 전에 비트파이넥스 연구원은 수령인이 윈터뮤터일 거라고 정확히 추측했다.
아비트럼과 윈터뮤트 모두 앞으로 몇 주와 몇 달 사이 많은 것을 드러낼 것이다. ARB 토큰 보유자는 자신들의 기대에 반해 수 십억 달러의 토큰을 마음대로 배당한 아비트럼의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ARB 토큰이 계속 매도되면 아비트럼은 어떤 트릭을 사용해 대응할 것이며 ARB 커뮤니티는 이를 제재할 수 있을까?
미디어로부터 샘 뱅크먼(SBF)과 동급 취급을 받았고 이제 또 다른 디파이(DeFi) 사기로 보이는 프로젝트를 위해 시장을 조성하고 있는 윈터뮤트는 어디로 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든 만약 윈터뮤트가 곧 자체 파생상품 거래소 출시를 발표한다면, 우리는 그 다음에 무엇이 찾아올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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