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바이낸스(Binance)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문서에는 대형 트래이딩 회사 A, B, C가 등장합니다.
바이낸스가 이들에게 거래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인데요. 미국 내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없는 바이낸스가 이들과 거래를 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내용입니다.
월스트리저널과 블룸버그는 문제의 3 개 회사를 특정했습니다. 레딕스(Radix) 트레이딩,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타워 리서치(Tower Research) 입니다. 이중 제인 스트리트는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가 일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바이낸스는 레딕스 트레이딩에게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인터넷접속주소(IP)를 숨긴 채 바이낸스닷컴(Binance.com)을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CFTC 기소장에는 더욱 상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기소장 1편에서 이어집니다)
# VPN 쓰세요
2019년 4월초까지 ‘바이낸스 아카데미’라는 가이드에는 초보자를 위한 VPN 사용법이 나와 있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싶다면, VPN을 쓰셔야만 합니다. 국가에서 접속을 차단한 사이트를 우회하기 위해서도 VPN을 쓸 수 있습니다.”
바이낸스로 접속하려는 미국 내 고객은 원칙적으로 차단을 해야만 합니다. 바이낸스 직원이 이 사항에 대해 법무 담당자 사무엘 림(Samuel Lim)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최근에 신규 고객 상당수가 미국에서 유입되고 있습니다. 미국 IP 차단이 아직도 필요한 거죠?”
림의 답은 이랬습니다.
“맞아요. 차단해야 합니다. 미국 내 고객이 있으면 미국 당국, SEC,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 등의 규제를 받아야만 해요. 따라서 우리는 고객들에게 VPN을 쓰는지 물어볼 수 있죠. 아니면 비 미국 거주 문서가 있는지 물어보면 됩니다.
표면적으로 우리는 미국 고객이 없지만, 실제로는 다른 ‘창의적인 방법들’을 통해서 고객을 유치해야만 합니다.”
법망을 피하라고 대놓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 창의적인 방법들…조세피난처를 이용하라
바이낸스 VIP 고객들은 엄격한 기준이 있습니다. VIP 팀이 이들을 별도로 관리합니다. 한 번은 VIP 팀이 고객 계좌에 대해 창펑자오에게 직접 보고를 합니다. 이 대화 내용이 기소장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마케팅 활동을 한 것이니까요. 고객들이 스스로 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도와드리기는 합니다. 캐이먼 같은 곳의 법인에 대해서는 계좌를 신속하게 열어 줍니다.”
창펑자오는 VIP 팀의 설명에 대해 이렇게 질문합니다.
“오케이. 그럼 새롭게 계좌를 만들게 되는 건가? 고객확인(KYC) 변경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창펑자오 자신이 미국 내 VIP 고객 관리 사항을 잘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CFTC가 이런 내부 대화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증거를 확보한 CFTC는 창펑자오도 기소 대상 명단에 올렸습니다.
VIP 팀이 세 곳의 VIP8 유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보고하자, 창펑자오는 “쿨(cool)”이라고 칭찬합니다. 바이낸스의 VIP 등급은 모두 9 단계가 있습니다. VIP8은 8 단계라는 뜻이죠.
최고 레벨인 VIP9이 되려면 30일 약정 금액이 30조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 프라임 브로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워 이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어려우면 매매를 대신해주는 프라임 브로커를 통하면 됩니다. 바이낸스는 적어도 2 개의 프라임 브로커를 가지고 있었고, 이들의 서브 어카운트(자계좌)에 기업 고객을 유치하도록 했습니다.
미국 내 기업 → 프라임 브로커(바이낸스 모계좌 보유) → 프라임 브로커 자계좌 편입 → 바이낸스에 접속
‘쿠션’을 쳐서 바이낸스로 들어오는 겁니다.
프라임 브로커 A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CEO는 뉴욕에 거주하며 근무했고, 영업 조직도 미국 내에 있었습니다.
프랑미 브로커 B는 말타에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CEO 역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면서 근무했고, 영업 조직 대부분이 미국 내에 있었습니다.
WSJ과 블룸버그가 실명으로 보도한 레딕스(Radix) 트레이딩,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타워 리서치(Tower Research) 중 한 곳은 2022년 1월 프라임 브로커 B와 계좌를 열어 거래를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자,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트래이딩 회사 소속 직원이 개인 계좌를 열기도 했습니다. 바이낸스는 이 개인 계좌가 미국 대형사의 계좌인 것을 알면서도 매매를 허용했습니다.
# 창펑자오와 직접 소통
VIP 고객들은 창펑자오와 직접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기소장에는 시그널 메신저를 통해 주고 받은 내용이 전문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하루 매매 한도를 늘리는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다”는 내용인데요. 창펑자오는 이 메시지에 대해 5분 만에 답을 했습니다. “살펴 보겠음(Looking into)”
이 문자를 주고 받은 트래이딩 회사는 2021년 10월 캐이먼 아일랜드에 있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바이낸스와 ‘미국 당국의 규제 걱정 없이’ 거래를 하게 됩니다.
창펑자오 자신이 VIP 영업 현장에서 고객 관리를 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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