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 전문가 83%, 금리동결 전망
#사실상 인상 사이클 종료…연내 인하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4% 초반대로 둔화되고 있는 만큼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일 금융 시장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금리 동결 의견이 우세하다. 금투협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번달 3일까지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3명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나머지 17명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상 전망을 내놓은 응답자 중 15명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봤고, 1명은 0.5%포인트, 1명은 0.7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3.5%에서 동결할 경우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예상대로 3.5%에서 동결할 경우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져 온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현 수준에서 사실상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초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해 내년 말 기준금리를 2.5%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한은이 올해 연말 물가가 3%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데다,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등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높은 가계부채로 대출 부실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늦어도 내년 금리 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높게 점치고 있는 것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대로 내려온 가운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도 지난해 물가에 집중됐던 것에서 성장 쪽으로 모아지고 있고, 정부 정책 우선순위도 물가안정 에서 경기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한국 경제가 경기 둔화 상황 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는지난 3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제조업 기업 심리 위축 등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의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 왔던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명분도 약해 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감소한 551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무역수지도 46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무역수지가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하반기에도 1%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당초 예상처럼 ‘상저하고'(上低下高)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을 포함한(새마을 금고 제외) 비은행권 전체의 부동산 PF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출이 91조2000억원,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24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그동안 추가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왔던 원·달러 환율은 1300~1320원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물가가 상당폭 둔화되기는 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연내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석유류가격 하락폭이 크게 확대 되면서 4.2%로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반면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4.0%로 전월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난해 말 이후의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산유국의 추가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 다시 들썩이고 있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은 향후 국내 통화정책 결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산유국의 감산 소식이 전해진 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로 한은과의 금리차가 1.5%포인트 벌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역전폭이다. 미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현재 50% 정도 수준이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이로 인해 원화 가치도 더 떨어질 수 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금통위 직후 열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를 점치는 시장 기대를 차단하는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을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물가가 4.2%로 둔화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어 금리 동결을 전망한다”며 “국내 선도시장에서 연내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고,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등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시기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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