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에코프로 그룹주들이 고평가 논란에도 계속 질주하고 있다. 2차전지 업체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 기대감을 주가에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업공개(IPO) 준비 소식이 추가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내 증시에서의 2차전지 쏠림 현상과 주가 급등에 따른 공매도 ‘숏스퀴즈(short squeeze·주가 급등에 따른 공매도 강제 청산)’ 등도 주가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멈추지 않는 상승 행진…왜 오르나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14만3000원(24.70%) 급등한 72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74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를 썼다.
에코프로비엠도 같은 날 13.59%에 장을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까지 에코프로 3형제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약 36조원 불었다.
에코프로 3형제는 주가 과열 논란에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질주하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해 말(10만3000원)과 비교해 601%, 즉 7배 급등했으며 지난해 1월 5만원대까지 내려갔던 것과 비교하면 1180% 급등한 수준이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올 들어서만 각각 218%, 78% 뛰었다.
에코프로 주가 급등의 뒤엔 개인들의 대량 순매수가 있었다. 10일 개인투자자는 에코프로 주식을 홀로 1112억원 순매수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07억원, 658억원을 순매도했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를 1조원어치, 에코프로비엠을 701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 미국 IRA 법안 세부 법안 발표 이후 주가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주가 부담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앞으로 생산능력 확대, 미국 내 수주 모멘텀 등 성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투심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마땅한 주도주나 대안 업종이 나타나지 않는 점도 2차전지 쏠림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IRA 세부법안에서 양극활물질이 핵심 광물로 포함되며 양극재 기업들의 지역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증설 발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3조원 규모 기업공개(IPO) 계획 역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급적으로는 공매도 ‘숏스퀴즈’도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튀게 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 같은 주식을 빌려 미리 팔고,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매매 기법이다.
공매도량이 유난히 많은 날엔 주가가 하방압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가가 상승해버리면 공매도 물량이 강제 청산되며 주가를 밀어올리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주가 상승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비싼 가격에라도 주식을 되사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일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는 평상시보다 3배 가량 많은 16만8415주가 나왔으나 주가가 꺾이지 않고 급등했다. 상당량이 강제 청산되며 주가를 더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서도 평소의 4~5배에 해당하는 70만주 가량의 공매도가 쏟아졌지만 주가는 오히려 13% 넘게 급등했다.
◆지속되는 과열 지적…”주가 프리미엄받는 지주사?”
다만 과열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삼형제의 미래 성장성은 인정하지만 주가가 기대감을 너무 빨리 반영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이 IRA 세부법안 발표에 따라 다수 신규 계획이 구체화되고 신규 수주 모멘텀이 생겨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해외 경쟁사들을 제치고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생산능력(capa) 기준 점유율은 올해 19%에서 2025년 21%, 2027년 26%, 2030년 24%로 추정된다”며 “미국과 유럽의 삼원계 양극재 시장에서의 위상은 유지되지만 글로벌 capa 기준 70~80%에 해당하는 경쟁자들과 소리 없는 전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회사 경쟁력이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는 지주사 에코프로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주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통 지주사는 자회사 관리를 비롯해 투자사업 부문을 영위하기 때문에 보유 지분에 대한 가치를 일정 부분 할인 평가받지만, 에코프로는 오히려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업 자회사보다 지주사를 더 평가해주는 이유를 비상장 자회사의 사업가치에서 찾으려는 시도도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제품 모두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제조 원료로 들어가 계열사 내부 매출이 주력인 비상장사인데, 이들을 자산가치나 수익가치에 근거해 새로운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과열 상황이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종목토론방과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직 에코프로 3형제를 비롯한 2차전지주들이 미래 성장성 대비 저평가되고 있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 헤지펀드를 비롯한 공매도 세력 기관들이 에코프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소문들도 개인투자자들의 결집을 부추기고 있다.
한병화 연구원은 “중장기 성장은 굳건하지만 주가는 과열권”이라며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