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미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폭도 둔화되면서 채권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는 등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지나치다며 미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12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인사들은 올해 하반기 미 경제가 ‘완만한 경기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 인사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위기를 언급하면서 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은행 시스템 전반은 견고하고 회복력도 좋지만, 몇몇 위원들은 아직 은행 사태에 따른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은행들은 가계와 기업 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고용, 물가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금리 향방에 대해 연준 인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일부 위원들은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했으나 일부는 높은 물가와 견고한 데이터로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위원들은 은행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될 때 까지 잠정적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의사록은 결국 연준 인사들이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준은 은행 부문과 금융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과 최종 대출도구 등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은행의 유동성 완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를 전망하면서 연내 3차례의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은행의 유동성 문제로 미 연준의 긴축 강도는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라는 점에서 물가가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3월 FOMC 의사록 공개 전 발표된 3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5.0% 상승해 시장 전망치(5.2%)를 하회했다. 이는 2021년 5월 이후 1년 1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확인됐다. 반면 근원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6%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를 추월하는 등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물가는 헤드라인은 둔화세가 확인됐지만 근원물가는 헤드라인 보다 더 높아져, 실질 기준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실질 기준금리의 플러스 전환으로, 근원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마이너스라는 점에서 연준이 5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시장은 연내 3차례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지만 3월 FOMC 의사록에서 보듯 연준은 연말 완만한 경기 침체를 전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했다”며 “경기 회복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한 점도 물가 안정 없이는 경기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연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시장에 반영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잔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신용 긴축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경기 침체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머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며 향후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다만 경직적인 근원 물가를 감안하면 5월 회의에서 한 차례 금리 인상 이후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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