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디지털 민주주의-정치에 뛰어든 인공지능?(Digital Democracy-AI in Politics?)’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주제 발표 전문을 게재합니다. 영어 발표문을 블록미디어가 번역했습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민주주의 개혁 이룰 기술
[블록미디어=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미래의 정치, 특히 디지털 민주주의와 정치 분야의 인공지능(AI)에 대해 세미나를 진행할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쁩니다.
#정치의 변화, ‘리퀴드 데모크라시’로의 개혁 요구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고 정치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고급 IT 기술은 대의 민주주의에서 직접 참여를 강화하는 리퀴드 데모크라시(Liquid Democracy)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리퀴드 데모크라시는 “선거권자가 직접 참여와 동적 대표를 통해 집단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대리 민주주의 형태”로 정의됩니다. 이 민주주의 체계는 직접 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의 요소를 모두 활용합니다.
최근 프랑스는 연금 개혁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에 휩싸여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무료 지하철 탑승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릴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만약 최소 100만 명이 시민 의제 선정 플랫폼에서 소규모라 나뉘어 토론을 한다면 어떨까요? 인공지능 기술로 찬성하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를 요약해서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자신의 입장을 선택하고 투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챗GPT는 이 정보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과정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회의 때 챗GPT를 활용한 토론을 진행한다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편견으로 인한 기존 매체나 정부에 의한 의제 조작이나 왜곡이 줄어들어,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 갈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당의 주요 인물들은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오직 정치인들과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만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표성이 상실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은 분노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국민 간 직접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국민 의견이 융합됨에 따라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험을 통해 의견의 다양성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중도주의자들의 목소리 전하는 정치 가능케 해
좌파와 우파 극단주의자의 의견에 국한되지 않고, 투명하게 중도 지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 즉 침묵을 지키던 중도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 합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사람들 간의 대화와 토론을 정확하고 빠르게 요약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참여가 투명한 방식으로 보장된다면, 인공지능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최근에 등장한 챗GPT는 이러한 가능성을 놀라운 수준으로 높였습니다.
한국의 설문조사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OXO Politics)는 약 2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댓글을 군집화하여 인터넷에 게시된 댓글을 40초 내로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보수와 진보의 의견을 1분 이내에 분석할 수 있습니다. 기존 ARS 여론조사는 최소 하루 또는 이틀이 걸리며, 전화 인터뷰 의견조사는 최소 사흘이 걸립니다. 신속한 분석은 디지털 정치를 널리 구현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기존의 여론조사 기업들이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의 강점은 다양한 의견을 빠르고 투명하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삼일절 연설에 대해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임을 분석해냈습니다. 분석에 걸린 시간은 단 40초입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급격한 개선을 다루는 연설을 했습니다.
챗GPT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요약 제시했습니다:
• 첫째, 한일 관계 개선 조치에 대해 부정적 의견과 보류된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 둘째,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의견과 보류된 의견의 합계가 50%를 넘습니다.
• 셋째, 실용주의적 한일 외교 문제에 대한 전략이 없습니다.
#정당 제도 변화 필요해,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가 미래
챗GPT의 등장으로 정당 제도 변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당 구조는 수직적인 피라미드에서 완전히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이 변화는 탑다운 접근 방식에서 바텀업 접근 방식으로의 이동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의회 선거에서는 정당 지도자나 대통령이 후보 지명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탑다운 구조 대신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채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후보자를 지명할 권한을 부여하고, 정치권에 신인이 더 공평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며, 권력자들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최초 또는 최종적인 영향력 있는 결정권자나 지도자 대신, 전문가 집단과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이 수평적이고 수직적으로 서로 교차합니다. 이렇게 하면 독단적인 지도자의 결정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제도를 디지털 시대에 적응시키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며, 이는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리퀴드 데모크라시의, 기존 정치 방식의 한계 극복할 것
두 번째 접근 방식은 챗GPT를 활용하여 시민들이 논의할 의제를 선정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리퀴드 데모크라시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의 목적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정책 의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회 내에서 시민 발의 입법의 별도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다양성, 신속성, 투명성을 리퀴드 데모크라시에 접목시킬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리퀴드 데모크라시를 디지털화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디지털화된 민주주의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전자 투표는 에스토니아와 이탈리아에서만 시도되거나 시행되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인공지능 주도의 정당 신세틱 파티(Synthetic Party)가 총선 출마를 희망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디지털 민주주의에 가까워지는 첫 걸음입니다.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리퀴드 데모크라시를 디지털화하려고 합니다.
리퀴드 데모크라시는 특정한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여론을 수집하고 즉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을 중립화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공격성이 증가했음에도 유엔 안보리는 여전히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에 있어 분열되어 있습니다.
올해 3월 20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긴장 상황이 높아진 이유로 북한을 비난하는 것을 거부함에 따라 무산되었습니다.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 기구는 거부권을 가진 5개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만장일치로 결정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챗GPT를 통해 전 세계적인 북한 미사일 발사 여론이 신속하게 수집되고 분석되며, 그 결과가 발표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리퀴드 데모크라시의 형태로 구현된 공공 여론 플랫폼이 있다면, 기후 위기 문제 토론도 이해 관계자들 사이의 말맞추기로 더디게 진전되는 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인들의 생각을 수집하고, 탄소 중립을 위반하는 국가들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개발하기가 더 쉬워질 것입니다.
#한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고민 필요해, 정치의 디지털화
저는 국가들이 의제와 관련된 정책을 제시하고 비교하며, 무엇이 효과가 있고 무엇이 효과가 없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회 뿐만 아니라 유엔에서도 디지털 시대를 고려한 리퀴드 데모크라시를 기반으로 한 체제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유엔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디지털 리퀴드 데모크라시 플랫폼의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조화롭게 최종 결정을 내리고, 신속한 분석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변화가 전 세계 민주주의의 확장과 세계 여러 나라 간의 국제 관계 개선을 불러올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정치 분야 인공지능을 자율 주행 차량 산업 발전에 비유하면, 1 단계였던 “데이터 정치”에서 “챗GPT 정치 자문”이라는 두 번째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로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스타트업 및 개인 사업자의 디지털화를 주도한 바 있습니다. 하버드에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정치의 디지털화” 성공 사례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민주주의의 확장과 국제 관계 개선의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애쉬 센터 포럼 공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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