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정부의 세금 수입 부족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추경 편성시 적자국채 발행으로 인한 수급불안으로 국고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채권 시장에서는 적자국채 발행시 국채 5~10년물 금리 상승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단기적인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 추경 편성 규모를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최대 30조원 가량의 추경 편성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2월 누계 관리재정수지는 30조9000억원 적자다. 전년동기 대비 10조9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2월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7000억원 줄며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경기 부진에 따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동반 부진에 따른 결과다.
시장에서는 향후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세수 부족 문제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월까지 세수 진도율은 13.5%로 2006년(13.5%) 이후 1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인 16.9%에도 크게 못 미친다.
올해 전체 세수 전망치는 400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소득세가 131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하며, 법인세는 105조원으로 26%, 부가가치세는 83조2000억원으로 21%를 차지한다. 이들 전체 비중은 80%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남은 기간 동안 지난해 수준의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최소 3조7000억에서 최대 20조원의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추경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 편성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금 여유자금이나 세계잉여금을 세입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자금 집행 상황도 봐야 한다”며 “예산 편성된 범위 내에서 우선 대응할 수 있는 자금집행을 먼저 대응하고, 도저히 여의치 않으면 국회에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 시장에서는 세수 부족으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 재원은 초과 세수나 적자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데 올해 처럼 초과세수 기대가 없을 경우 국채 발행에 기댈 수 밖에 없어 채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세수입 부진 우려를 고려하면 55조원에 육박하는 국채 발행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2분기 51조2000억원보다 3조 이상 늘어나고 월평균 18조원 내외의 발행량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추경 규모가 코로나19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았던 2020년 3차 추경과 규모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는 35조3000억원 규모로 추경이 편성된 바 있다. 과거 추경 편성 규모를 고려하면 5조~10조원 가량의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각 추경 편성당 적자국채 평균 규모는 전년도 국내총생산(GDP)의 0.48%였다. 단, 금융위기와 코로나와 같은 위기상황을 제외하면 GDP의 0.35%로 낮아진다. 이를 현재로 환산하면 7조5000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적자국채 발행액은 7조5000억원을 중심으로 5조~10조원 규모로 편성될 가능성이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적자국채 발행액이 5조~10조원 규모로 편성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10년물 국채 금리를 0.07%포인트 가량 끌어올리고 성장률을 0.1~0.2%포인트 부양 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장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을 먼저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우선순위인 세계잉여금, 기금여유자금 등에서 재원을 먼저 점진적으로 사용하면서 추경 기간을 최대한 뒤로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세계잉여금 9조1000억원인 가운데 국가재정법에 따라서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 상환, 채무상환 및 세입이입에 6조원이 쓰일 경우 나머지 약 3조1000억원의 여유 자금이 생긴다. 단기적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은차입금도 3월 말 기준 31조원의 잔액이 남아있는 만큼 한도인 50조원까지는 여유가 있다.
적자국채 발행은 통상적으로 채권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추경을 통해 국채가 추가 발행되더라도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어 올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의 동반 하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준금리는 동결 기조 혹은 연내 인하가 기대되고 있어 추경을 통해 시장의 우려처럼 국채가 추가 발행되더라도,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 못할 것”이라며 “추경 우려가 단기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국고채 금리의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하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영업이익 감소 우려로 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전망치를 밑돌 공산이 커 20조원의 세수 부족이 추정되고 있다”며 “세수 실적과 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하반기 추경 편성 명분이 높아 5~10년 구간의 상대적 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내 추경에는 경기 부양 목적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 대응 가능성을 높여 추경 편성 구체화 후 중장기물중심의 금리 상승은 단기적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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