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는 원론적 이야기…빚투 피해 예방 강화 취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2차전지주 과열’ 언급에, 감독 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 대상에 어떤 종목이 오를지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차전지는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섹터다.
다만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가 원론적인 차원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투자 피해를 예방하고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이 있다면 신속히 조사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5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올해 들어 코스닥을 중심으로 2차전지 등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테마주 투자 심리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선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앞으로 2차전지주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지는 것인지,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투자자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주가 상승세를 보여 온 2차전지와 일부 테마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우려에서다.
이 원장이 발언이 나온 이날 ‘2차전지’ 테마로 최근 급등했던 에코프로비엠(-6.46%), 엘앤에프(-5.40%), POSCO홀딩스(-4.77%), 포스코DX(-4.06%) 등이 급락 마감했다. 최근 일주일 개인들이 많이 매수한 종목 10개 종목에는 이들이 모두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종목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다는 건 원론적인 이야기며, 요점은 과도한 레버리지에 따른 투자 피해 예방”라고 선을 그었다. 투자자들은 더 상승할 것 같은 종목에 신용을 써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데, 특히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일부 코스닥 종목들로의 빚투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오전 코스닥 시장에서의 빚투 과열과 관련한 내용이 이 원장에게 보고됐고, 이에 대해 이 원장이 임원들에게 당부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의 신용 잔고는 10조5631억원으로, 올해에만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금감원은 주가가 과열된 일부 테마주로 빚투가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할 경우 급락세가 가팔라지며 증시 변동성을 키울 우려도 있다. 주가가 급락해 신용 담보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증거금을 더 채워넣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보유주식을 임의로 처분(반대매매)할 수 있다.
지난 24~25일 신용 비중이 높았던 코스닥 종목들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한 점도 빚투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선광, 세방,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다우데이타 등 6개 종목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모두 신용 잔고 비율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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