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미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실적 악화로 은행권 불안이 재점화 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대로 올라섰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2.2원) 보다 4.1원 오른 1336.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6.9원 오른 1339.1원에 개장했다. 장 초반 1340.5원까지 오르면서 13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고가 기준으로 134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29일(1342.0원) 이후 5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도 지난 24일 기록한 연고점(1334.8원)을 다시 넘어섰다.
미 지역은행 주가 급락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위축에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는 장중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 5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보다 0.24% 하락한 101.34선에서 등락중이다.
투자자들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다음 차례로 지목됐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실적에 주목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예금이 1045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1766억 달러) 대비 4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는 미 대형은행들이 퍼스트 리퍼블릭에 지원한 300억 달러 예치금도 포함됐다. 이에 따른 실제 순자금 유출액은 100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퍼스트 리퍼블릭은 자구책으로 최대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 및 증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진한 실적 발표로 중소은행의 뱅크런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커지는 점도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내년 3월 31일까지 1조5000억 달러 늘리는 대신 내년 연방정부 예산 규모를 1300억 달러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 조건으로 대규모 예산안 삭감을 내걸자 백악관은 공화당의 부채한도 관련 예산이 상하원을 모두 통화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의회예산국(CBO)은 부채한도가 상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르면 7월에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1.3으로 2022년 7월 이후 9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04.0)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가계의 경제 현황에 대한 평가는 개선됐지만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이후 신용 접근성이 하락한 것이 지표 부진의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2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2% 상승해 8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반면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2%로 전달(3.7%) 보다 둔화해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뉴욕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4.57포인트(1.02%) 내린 3만3530.83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전장보다 65.41포인트(1.58%) 밀린 4071.63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38.05 포인트(1.98%) 떨어진 1만1799.16에 장을 마쳤다.
국채 금리는 은행권 불안 재점화로 인한 리스크 오프 분위기와 연준 추가 인상 기대 완화에 하락 마감했다. 같은 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2.21% 하락한 3.418%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3.83% 하락한 3.948%에 마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미 지방은행 안정성 우려가 촉발한 위험회피 심리와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면서 상승 마감했다”며 “최근 미국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중국과의 공조에 대한 압력을 넣고 있는 점 등은 원화 약세 재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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