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쌓아올린 코스닥…빚투 증시 뇌관될라
2차전지 광풍·CFD 등 리스크 점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이례적으로 국내 증권사 사장단들을 모두 소집한다. 최근 2차전지주 과열과 SG증권 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을 거치며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증시 뇌관으로 부상하자, 증권사들에 리스크 관리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급격히 불어난 신용 잔고는 증시 분위기가 반전될 때 가장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는 만큼, 금감원도 최근 일련의 사안들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28일 오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연다.
이번 회의에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국내 34개 증권사 사장단 혹은 임원급이 참석한다. 외국계는 참석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에 개인 투자자에 대한 신용공여나 차액결제거래(CFD) 리스크 관리를 당부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최근 하한가 사태 때문에 소집한 건 아니지만, 그만큼 신용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당부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와 관련해서도 업계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최근 프랑스계 증권사인 SG증권 창구를 통해 출회된 매물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했으나 국내 증권사가 개인 등 리테일 단과 맺은 CFD 거래가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잡힌다는 점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사태의 주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이 최근 2차전지 열풍으로 인한 신용잔고 급증과 SG증권 사태 등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파르게 쌓아올린 신용 잔고는 증시 분위기가 돌변할 때 가장 취약한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발 주가 폭락 역시 빚투 뇌관이 터진 결과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 ‘CFD’의 거래 과정에서 반대매매가 대량으로 일어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을 담은 CFD 계좌가 손실 구간에 들어가면서 SG증권이 고객 주식을 강제로 처분했다는 것이다.
또 이들 종목 모두 신용 잔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후에도 연쇄 반대매매가 추가 하한가를 야기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주가가 급락해 신용 담보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증거금을 더 채워 넣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보유주식을 임의로 처분(반대매매)할 수 있다.
특히 금감원은 2차전지 열풍과 함께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가파르게 증가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임원 회의에서 “2차전지 등 미래산업 신사업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레버리지 관리를 강조한 바 있다.
25일 기준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10조4744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7609억원)보다 약 3조원이 불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 증권사들도 빚투 조절에 나서고 있다. 2차전지와 하한가 폭락 종목들의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증거금을 상향하는 식이다. 삼성증권은 전날부터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 7개 종목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에 포함했다. 키움증권 등 다수 증권사들은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들을 빚투 불가 종목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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