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 1억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발(發) 은행권 위기로 비트코인이 되살아나자 ‘크립토 윈터 종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다만 최근 통과한 세계 최초 코인법 미카(MiCA)로 짙어진 ‘규제 강화 기조’가 가격 변수로 꼽힌다.
◆은행 위기발 급등세, ‘비트코인 1억설’ 부추겨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약세를 보였던 비트코인이 연일 3% 넘게 급등하면서 ‘비트코인 1억설’에 관심이 쏠렸다.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인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 폭락으로 ‘피난처’로 인식된 비트코인에 매수세가 유입되자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증폭한 것이다.
특히 최근 스탠다드차타드(SC)가 내놓은 보고서는 이같은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전통 금융권에서 속하는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가 점친 비트코인 강세론에 시장이 반응한 셈이다.
제프 켄드릭 SC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24일(현지시간) ‘비트코인-10만달러(약 1억 3400만원)로 가는 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크립토 윈터가 끝났으며 비트코인 가격은 내년까지 1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전통 은행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는 비트코인에 매우 도움이 된다”며 “비트코인이 탈중앙화하고 희소성 있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원래의 전제를 입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달 SVB 파산을 계기로 일주일 만에 30% 폭등한 바 있다. SVB를 시작으로 뉴욕주 소재 시그니처은행까지 잇따라 파산하며 미국 금융시장이 휘청이자 피난처로 부상한 비트코인이 치솟은 것이다. 당시 파산 사태 결과로 나온 긴축 완화 전망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한 점 역시 상승세를 부추겼다.
이른바 ‘코인의 재발견’으로도 불리는 SVB발(發) 급등세는 최근에 재현되기도 했다. 제도권 자산 시장과 코인 시장이 절묘하게 엇갈린 상황이 또 발생한 셈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연일 폭락함과 동시에 이틀 연속 100만원씩 올랐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 폭락 직전까지 3600만원대에 횡보하던 비트코인은 전날 기준 3800만원 후반대를 기록했다.
한편 ‘비트코인 1억설’은 다른 전문가들도 앞서 제시한 바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대표적이다. 그는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성격을 내세우며 공격적 매수에 나서는 인물로 유명하다.
기요사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핀볼드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사람들의 돈’이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각국 중앙은행의 보증이 필요 없다. 대중이 정부와 연준 대신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며 “비트코인은 결국 1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릿지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역시 올해 초 CNBC와 인터뷰에서 “2023년은 비트코인 회복의 해가 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 안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중론도 적지 않아
1억설과 함께 ‘신중론’도 제기된다. 특히 유럽연합(EU) 의회가 최근 채택한 가상자산 규제 포괄 법안 미카(MiCA)를 계기로 각국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카 채택 이후 약세를 이어간 바 있다.
비트코인 강세론자로 알려진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24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당국은 가상자산에 단호하게 총을 겨누고 있다”며 가상자산 약세를 규제 당국의 탓으로 돌렸다. 이어 “미국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업계 악당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며 “(이 때문에) 가상자산은 미국에서 죽었다”고 호소했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변호사)은 “올해는 규제의 해라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미카가 한국을 비롯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정립되지 않은 국가에 규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미국뿐 아니라 한국 역시 가상자산 규제를 도입하여 글로벌 정합성을 맞춰 나가려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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