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효과, 실물경제로 전달 지연·강도도 불확실
“데이터 의존적 접근법으로 정책 금리 결정할 것”
[서울=뉴시스] 유세진 박준호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4일(현지시간) 금리 인상 속도를 둔화하는 결정을 내린 후에도 “(금리 인상을)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외신들은 ECB가 “향후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는 (금리를 인상해야 할) 더 많은 근거를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고 AP통신,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너무 오랫 동안 너무 높게 지속되고 있다”며 “지속적이고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비추어, 이사회는 오늘 ECB의 세 가지 주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이사회가 이전 회의에서 구성한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평가를 광범위하게 뒷받침한다”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최근 몇 달 동안 감소했지만 근본적인 가격 압박은 여전히 강하다. 동시에, 과거의 금리 인상은 유로 지역 금융과 통화 상황으로 강력하게 전달되고 있는 반면, 실물 경제로의 전달의 지연과 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사회의 향후 결정은 인플레이션을 적시에 2%의 중기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정책 금리를 높이고 필요한 기간 동안 그 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책 금리 결정은 경제 및 금융 데이터, 기본 인플레이션의 역학 및 통화정책 전달의 강도에 비춘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ECB는 인플레이션이 2%라는 중기 목표로 돌아가도록 보장하고, 통화정책 전달의 원활한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권한 내에서 모든 수단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ECB가 적절한 수준의 금리와 그 수준에 얼마나 오래 머물지를 결정하기 위해 “데이터 의존적인 접근법을 계속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경제가 초기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0.1%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낮은 에너지 가격, 공급 병목 현상 완화, 기업과 가계에 대한 재정 정책 지원이 경제 회복력을 지원했다”며 “그러나 민간 국내 수요와 소비는 여전히 약하다. 기업과 소비자 신뢰도가 최근 몇 달 동안 상승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에 대한 정당하지 않은 전쟁 이전보다 여전히 약하다”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실업률이 3월에 역사적 최저치인 6.5%로 떨어졌지만 평균 근무 시간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낮다”면서 “유로존 경제가 갈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유로존의 각국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있는 지원 패키지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ECB가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에너지 위기가 진정되면 정부는 관련 지원 조치를 신속하고 일치된 방식으로 철회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더 강력한 통화 정책 대응을 요구하는 중기 인플레이션 압력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유로존의 가격 압력이 여전히 강력하며 과거의 에너지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면서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이 4월에 13.6%로 3월의 15.5%에 비해 감소한 반면,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4월에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높고 불안정한 인플레이션에 힘입어 이윤을 늘렸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잃어버린 구매력의 일부를 되찾으면서 임금 압박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일부 부문에서 기업들은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와 높고 변동성이 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힘입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며 “탐욕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관행은 경제학자들과 중앙은행가들 사이에서 점점 더 우려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 들어 미국 은행들의 잇단 파산에도 불구하고 유럽권 은행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유럽 은행들이 미국 은행들을 능가한다고 했다.
루이스 데 기도스 ECB 부총재는 “유럽 은행들이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침착했다”고 반복해서 말하면서 “분명히 이제 결론은 유럽의 은행 산업이 이러한 종류의 지표에 포함된 긴장과 금융 시장의 잠재적 스트레스 측면에서 미국의 은행 산업을 분명히 능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ECB가 오는 7월부터 3조20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최근 경기 부양 프로그램의 일부)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로 인한 현금 재투자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유럽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일련의 대규모 인상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처럼 0.25%포인트의 베이비 스텝 인상을 단행, 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다.
ECB의 이 같은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 대출과 기업 대출을 더 어렵게 함으로써 ECB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증거에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은 미 FRB가 3일 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났을 수 있음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사진 설명
[프랑크푸르트(독일)=AP/뉴시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B 집행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ECB는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아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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