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달러 패권이 흔들린다’는 보도가 최근 빈번해 지고 있다. 대신 위완화 결제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은 중동산 액화천연가스 6만5000 톤을 수입하며 처음으로 위안화를 이용해 결제 했다. 1974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페트로 달러 체제’가 50여년만에 금이 간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 석유가스 거래소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석유와 가스 무역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지 3개월 만이다.
최근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위안화 결제 합의는 달러의 위상을 한층 더 흔들고 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왜 모든 국가는 달러를 기반으로 무역을 해야 하냐”며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달러결제 망인 스위프트 대신 중국의 위안화 지급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도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러 결제 망에서 배제된 러시아 푸틴은 루불화 결제를 천명했지만 러시아에서도 위안화가 결제 통화로 자리 잡았다.
그런가 하면 하바드대학 케네디스쿨 애쉬센터(ASH Center)와 정부 차원의 경제·행정 관련 컨설팅을 받고 있는 방글라데시도 러시아 결제 대금을 위안화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44년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협정 때문이다.
당시 소련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 44개 국은 금 1 트로이온스 당 미국 달러 35달러를 고정시키고,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한 금 본위제에 합의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브레튼 우즈 협정의 산물이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미국은 전후 세계의 금융 질서를 세우기 위한 회의를 뉴햄프셔 브레튼 우즈에서 개최했다.
미국의 해리 덱스터 화이트(Harry Dexter White) 재무차관보와 수정자본주의 이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석학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거의 3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준비한 회의다.
1944년 7월 1일, 44개 동맹국과 이들의 식민지에서 온 730 명의 대표단이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라는 스키 휴양지가 있는 뉴햄프셔 화이트마운트 워싱턴 호텔에 모였다.
이 회의에서 새로운 통화 제도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케인즈는 어느 나라 국가의 통화도 아닌 국제 통화 방코르(Bancor)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미국의 해리 화이트 재무 차관보는 미국의 달러를 통용할 것을 주장하였다.
결국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금본위제를 채택하기로 결정된다.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BWS)는 닉슨 대통령이 1 트로이 온스당 35 달러의 고정 금본위제를 폐기한 1971년까지 지속된다.
브레튼 우즈 체제가 고전적 금본위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 태환을 독자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만이 독점적으로 금 태환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타국 통화는 모두 미국 달러화와의 환전을 통해 간접적으로 금과 연결되도록 했다.
세계 각국의 화폐가 고정 환율로 달러와 고정되고, 달러는 35 달러 당 금 1 트로이 온스로 교환할 수 있게 고정한 것이다.
당시 이 제도가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유럽 각국이 미국의 물자를 금으로 구입하고 패전국들이 전쟁 배상금을 금으로 지불하면서 종전 당시 미국이 전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선언을 한 이후에도 오일 경제를 바탕으로한 달러로만 결제하는 중동 산유국과의 패트로 협정 등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을 지켜왔다.
그러나 우크라 전쟁 발발후 미국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달러화 결제를 못하게 되면서 달러 지위가 더 위협 받게 되는 아이러니에 직면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달러의 역할과 연계된 금융 제재는 시간이 지나며 달러의 헤게모니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거나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달러는 자유경제 안에서 시장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이 그간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지속적으로 팔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돈의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균형이 ‘공포의 균형’이 될 경우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달러 가치의 하락은 중국 보유 미국채 가치의 하락을 가져온다는 상호보험적 성격이지만 최근 드러난 미국 은행들의 취약성을 볼 때 어느 시점에서 중국이 미국채 처분 속도를 예고 없이 당겨 시행한다면 국제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은 불가피하다.
달러화 기축통화의 역사를 만든 뉴햄프셔 브레튼우즈는 보스턴에서 2시간 정도 북쪽으로 간다.
그 역사의 현장이 있는 호텔에는 로비 한켠에 ‘골드룸’이라는 이름이 걸린 방이 마련되어 있다. 호텔측 설명에 따르면 ‘브레튼 우즈 협정’을 기억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은 경제학자 혹은 역사학자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에게 “경제학자냐”고 반문했다.
1944년. 자동차의 시대가 열린 때이기는 했으나 세계 각국의 사절단을 하필이면 이런 산골짜기까지 오게 했을까?
호텔측은 당시가 2차 세계대전 중이라 패권 국가 미국의 위상을 만들기 위한 매우 역사적인 중요한 회의를 위해 안보와 보안이 중요했다고 설명한다.
패권 국가 미국의 달러화가 지금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백년을 예고하는 것일까? 다음 세기의 돈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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