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한 의정부 호원동 안경상회
[블록미디어 최창환 선임기자] 비트코인 결제와 송금은 자영업자와 소비자(송금자)에게 유리한 값싸고 빠른 혁신적인 서비스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심각한 장애물이 있다.
한국에는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제대로 지원하는 거래소가 없다. 비트코인을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지원되는 지갑으로 옮겨 결제를 하면 쉽고 빠르지만 이게 만만치 않다.
거래소에서 기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라이트닝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송금하면 되는데, 이때 거래수수료가 최소 9만 사토시(sat)를 내야 한다. 3만 5000원 정도 된다.
비트코인의 장점,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장점이 기존 금융기관보다 이체 등의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인데 거래소가 현재 받는 수수료는 은행의 이체 수수료보다도 높다.
때문에 싼 가격에 편하게 비트코인 결제를 원하는 사람들은 국내 거래소에서 이체 수수료가 싼 다른 코인을 산 뒤 이를 라이트닝을 지원하는 해외 거래소로 보낸다. 이를 다시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라이트닝 지갑으로 전송한다. 일반인들이 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말하기도 숨이 막힌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거래소들에게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해 달라는 청원 운동을 벌였다. 귀담아 듣는 거래소가 없다. 아예 답변이 없거나 검토하겠다고 한 뒤 마이동풍이다. 왜 그럴까.
거래소 관계자는 KYC(Know Your Customer)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규제하는 법안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이 법에 따라 자금 세탁 행위와 테러자금조달행위 방지의무를 지게 된다.
비트코인을 마치 범죄와 연관된 돈세탁의 주범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비트코인을 취급했다가 범죄에 노출될 경우 거래소의 존폐가 위태롭다는 것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지원해 문제의 소지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비트코인 결제는 혁신이 아닌 돈세탁 수단으로 취급 받고 있다. 거래비용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인다는 장점은 외면하고 어두운 면만 강조하고 있다. 관료들의 행정 편의주의의 상징이다.
거래소의 변명은 정부 규제가 강하다는 측면에서는 맞는 얘기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국내 거래소들은 비트코인 이체에 최소 9만 사토시(SAT)를 수수료로 받는다. 3만 5000원 가량 된다. 100만원 이하의 암호화폐 이체에는 KYC가 적용되지 않는다. 라이트닝을 지원하면 100만원 이하는 거의 공짜로 비트코인을 이체할 수 있다. 거래소의 해명과 달리 달콤한 수수료 수익 때문에 라이트닝을 모른 채 하는 것일 수 있다.
국내 거래소들은 코인 거래로 벌어 들인 막대한 수수료를 소비자와 고객들의 편의를 돕는데 사용하는 것은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스트라이커사는 지난해 9월 8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입을 도운 이 회사는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가 간 송금과 미국 캐나다의 상품결제를 돕고 있다.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사실을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 최대 POS 업체 NCR과 아마존에 이은 세계 2위 쇼핑몰 쇼피파이가 스트라이크와 협력해 그들의 결제 수단 중 하나로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포스 업체를 통한 비트코인 채택이 아예 불가능하다. 트위터명 아토믹 비트코인(@atomicBTC)은 우리나라의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결제업체를 통한 비트코인 채택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포스 업체가 일정한 조건을 달아 포스 기기를 설치해 준다. 때문에 결제업체의 선택에 따라 대규모 비트코인 채택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포스 기기를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설치해야 한다. 조건도 스스로 택한다. 때문에 포스 기기 설치를 통한 대량 채택은 불가능하다.
국가 간 송금도 마찬가지다. 스트라이크는 필리핀, 나이지리아, 엘살바도르 등 전세계에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한 즉각 송금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비트코인으로 송금됐다는 사실도 모른다.
미국 은행에 있는 돈을 필리핀에 있는 은행으로 보내면 국제 송금 망인 스위프트를 통하지 않고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바로 송금한다. 고객은 달러로 보내고 필리핀 페소화로 받았지만 그 일을 중간에서 해준 것은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인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 연관 기업에는 해외 송금도 해주지 않는데 비트코인을 이용한 혁신을 꿈이나 꿀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하자는 대안은 제시하지 않겠다. 정치권과 정부, 돈 많은 거래소의 외면속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기획 시리즈 기사의 마지막 편은 짧은 기간 혁신적인 비트코인 결제를 자생적으로 이 땅에서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작은 혁신가들의 행적을 기록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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