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5년간 70만원씩 납입하면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가 다음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금리·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저축 여력이 줄어든 20·30대 젊은층이 5년간 매월 40만~70만원씩 내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해 교육·취업·주거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도약계좌’를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올해 3678억원의 예산을 청년도약계좌에 배정했다.
[서울=뉴시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년간 70만원씩 납입하면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가 오는 6월 말 출시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
청년도약계좌는 본인이 납입한 금액에 비례해 일정비율의 정부 기여금을 지원하고, 청년도약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엔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 19~34세 청년 중 개인소득과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 기준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다. 단 직전 3개년도 중 1회 이상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이 제한된다.
가입자는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고, 만기는 5년이다.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 청년은 정부기여금 지급·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 기여금 규모는 월 납입액 40만~70만원, 정부매칭 최대 6% 기준으로 편성된다. 개인소득이 낮을수록 많은 지원이 이뤄지는 구조다. 예컨데 개인소득이 2400만원 이하인 경우 매월 40만원을 내면 매칭비율이 최대 수준인 6%가 적용돼 매월 2만4000원씩 기여금을 받을 수 있다. 개인소득 기준 6000만~7500만원인 경우는 정부기여금 지원 없이 비과세 혜택만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금과 비과세 혜택까지 받아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청년도약계좌는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출시 전부터 ‘청도계'(청년도약계좌 줄임말)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개설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긴 만기와 높은 납입 금액으로 인해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의견도 있다.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해 5000만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매월 70만원씩 꼬박꼬박 내야 하기 때문에 소득수준이 낮은 청년들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청년도약계좌에 앞서 나온 청년희망적금도 연 최고 10.49%에 달하는 파격적인 금리 혜택 등으로 당초 예상인 38만명의 무려 8배에 가까운 286만8000명의 가입자가 몰렸다. 그러나 출시 6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기준 30만1000명이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 급여 3600만원 이하 만 19~34세 청년이 매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2년간 자유롭게 납입하면, 이자에 더해 최대 36만원의 저축장려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만기가 3년 더 길고 납입 금액이 더 큰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더욱 많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금융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에서 월 70만원이 아닌 40만~60만원을 납입할 경우, 청년들이 5000만원을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여금 매칭비율을 최대 6%로 받더라도 144만원으로 원리금 4800만원 이상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 10%로 비과세를 적용해도 40만원 납입은 3010만원, 60만원 납입은 4515만원이 된다.
더군다나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청년층의 이자부담까지 크게 높아지는 등 자금여력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30대 이하 청년층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소비 감소폭은 약 29만9000원(1.3%)으로 60대(3만6000원) 대비 8.4배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자산 대비 부채는 많으며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청년들이 타 고연령층에 비해 적금 유지에 여의치 않은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 만기 전 중도해지 할 경우,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해당되는 사유를 제외하곤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생애주기 관점에서 저축보다 대출 수요가 높은 청년층의 경우, 저축을 통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은 수혜층이 제한되고 효과성이 높지 않을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가입자들이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청년도약계좌 사업 추진 시 고려사항으로 ‘만기까지 계좌 유지’를 꼽았다. 민성철 산업예산분석과 예산분석관은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기 5년의 중장기형 적금상품”이라며 “만기까지 계좌 유지 여부가 사업의 성과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계좌유지 지원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청년들이 만기까지 계좌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운영과 관련해 계좌 유지 및 만기 후 연계 등 개선 방안과 함께 청년 자산 형성과 관련된 정책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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