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상황 장기화 주의해야”
“물가상승 먼저냐, 임금인상 먼저냐” 무의미
[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이 길어지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에 둔감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소비자들도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물가가 고물가를 부르는 양상이다. 이 같은 모습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지고 결국 깊은 경기침체 등 더욱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에 익숙한 미국인…응답자 9%만 중요한 이슈로 인식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 5명 중 1명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인식했다. 하지만 최근 갤럽 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이민·총기 문제 등 다른 이슈가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플레이션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WSJ는 사람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면서, 이는 결국 매우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높은 물가에 둔감해질수록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결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깊은 경기침체’ 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치 2%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미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4.9% 올랐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이후 최소폭 상승이다. 지난 3월(5.0%)보다 오름폭이 줄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5.0%)도 소폭 하회하는 수치다.
◆WSJ “근원CPI 하락세 더뎌…인플레이션 여전히 문제” 경고
WSJ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문제라면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지표인 근원 CPI를 언급했다. CPI보다 근원 CPI가 정확성이 더 높은데, 근원 CPI의 하락세가 더디다는 것이다. 4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상승했다. 전년 동월보다 5.6% 오른 3월 근원 CPI보다 소폭 줄었다.
최근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달리 공급망이 정상 작동하는 등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WSJ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이고, 오르는 가격과 임금에 사람들이 적응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임금 물가 함께 상승…물가 낮추려면 깊은 불황 올 수도”
기업들은 각종 가격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실제로 여기에 적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수치도 나타나고 있다.
생활용품 제조사 프록터앤드갬블(P&G)의 안드레 슐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의 탄력성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 가격을 약 10% 인상했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슐텐 CFO가 말한 탄력성은 판매량이 가격 상승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의미한다.
시장자문업체 코르부의 사무엘 라인스는 가격 상승 추세에 대해 “소비자가 반발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은 물가가 오르면 임금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생각이 깨질 때까지 소비자는 케첩에 추가 5% 또는 6%를 지불하는 것을 깜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임금이 가격을 주도하는 것인지 그 반대인지는 무의미할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고착화되면 임금과 물가가 함께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낮추려면 깊은 불황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rcman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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