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물량 소폭 축소…공급 물량 준 영향
#작년 계획 물량 比 29% 그쳐…’될 곳’만 선별
#고분양가 단지, 준공 후 미분양 양산 가능성
#원희룡 “투자 책임, 기업이 스스로 책임져야”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최근 주택경기가 일부 회복되면서 청약 흥행단지가 나오고 미분양이 소폭 줄기는 했지만 수요 회복이라기 보다는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공포에 ‘될 곳’만 분양하고 나머지는 눈치를 보며 분양을 연기하다보니 착시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청약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요가 서울·수도권 등 핵심지역으로 몰리고 지방은 소외받는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가구로 전월(7만5438가구) 대비 4.4%(3334가구)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6만8148가구에서 1월 7만5359가구, 2월 7만5438가구까지 증가하더니 한 풀 꺾인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물량 해소가 많았다. 서울이 전월 2099채에서 1084채로 48.4% 줄며 전 지역에서 감소폭이 컸다. 수도권(1만2541→1만1034채, -12.0%), 경기(7288→6385채, -12.4%)에서도 두 자릿수의 감소를 나타냈다.
이 같은 개선세는 1·3대책 등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규제 완화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역 요건 폐지, 중도금 대출규제 폐지 등 대책을 내놨다. 이에 입지가 좋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미분양 감소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거나, 절대적 물량이 너무 많아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1만3199채), 경북(9016채), 충남(8036채), 충북(4307채) 등에서 심각한 편이다.
다만 수도권에서 미분양 통계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실제 시장이 개선 흐름을 탔다기 보다는 예정된 공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분양실적은 지난해 말 계획했던 5만4687가구 대비 71% 감소한 1만5949가구에 그쳤다. 실제 분양된 물량이 당초 계획의 29%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에서의 분양 축소가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계획 대비 수도권은 61%(2만6747→1만302가구) 줄었지만, 지방은 80%(2만7940→5647가구)나 감소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정부 대책 이후 초기 미분양 증가세는 멈췄지만 수요 증가 요인보다 분양 축소(지연)의 공급 영향이 더 크다”며 “하반기 분양공급이 확대되면 서울 외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 미분양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미분양이 줄어든 것과는 달리,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3월에도 늘었다. 전국 기준 8650가구로 전월(8554가구) 대비 1.1% 증가했다. 서울(405→392채)에서는 3.2% 감소했지만 수도권(1483→1612채)은 8.7%, 인천(346→465채) 34.4%, 경기(608→732채)는 3.1% 늘었다.
백 수석연구원은 “준공 후 미분양은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증가세가 포착되고 있다”며 “고분양가 입주가 이어지는 내년에는 의미있는 증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021년 이전 분양한 2023년 하반기 입주 아파트는 현재 매매가와 비교해도 여전히 프리미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지만, 2024년 입주 단지는 일련의 매매가 하락으로 분양가가 매매가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미분양)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 질 여지가 있지만 정부는 인위적 개입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분양가를 낮추는 등 업계의 자구노력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간담회에서 “미분양 규모가 일부 해소되고 있고, 준공 후 미분양 역시 몇 개월 사이에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전혀 없다”며 “미분양을 임의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부 개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상황이 나쁜 일부 지자체와 건설업계에서는 ‘위축지역 지정’을 통해 물량 해소를 위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원 장관은 “대구는 대부분 정비사업물량이고 지역 수요를 무시한 과잉공급이 이뤄진 게 기본적 문제라고 보고 있고, 이 부분은 공급 속도를 조절해 시간을 두고 해소할 수 밖에 없다”며 “물량이 많은 기업은 대부분 시평 10위 내 기업들이어서 충분히 그 시간 동안은 버틸 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정부 5년 동안 주택·토목 합쳐서 실제로 쌓아 놓은 이익이 60조원이 넘는다. 투자 판단에 대해 기업 스스로 책임지는 게 1차적 시장원리”라며 “지방 하도급 업체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금융 문제로 극단적 상황으로 가지 않게 충분히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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