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작’으로 전락한 코인 MM
#”증권 시장처럼 MM 거래 내역 제출해야”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최근 증권 시장을 뒤흔든 ‘시세조작’이 코인 시장에서도 논란이다. 이른바 마켓메이킹(MM)으로 불리는 ‘코인 유동성 관리’가 대표적인 시세조작 방식으로 지적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제도화된 증권 시장 MM 제도와 같이 관리·감독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증권 시장에서 MM은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증권사가 하고 있는 반면에 코인 시장에선 사설 업체들이 진행 중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MM 업체 A가 운영하는 텔레그램방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해당 방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업체 A는 코인발행사 B에게 구체적인 시세조작 방법을 지시했다.
업체 A의 리더 문 모씨는 해당 글에서 “매수가 강하면 매도로 대응, 매도가 강하면 매수로 대응하는 게 기본 수요 공급의 원칙”이라며 “계속 실시간으로 잘 대응해야 한다. 막혀도 패닉하면 안 되고 차분하게”라는 방침을 잇달아 요구했다.
실제로 코인발행사 B가 발행한 C코인은 해당 방침이 전달된 당일 상장 직후 20배 급등했다. 상장가 30원에서 단숨에 600원대로 치솟은 것이다. 결국 C코인은 상장 5일 만에 165배가 오른 5000원을 찍었다. 하지만 3일 뒤 C코인은 10분의 1토막 난 500원대까지 폭락했다. 업체 A의 매도 직후 발생한 일이었다.
C코인 사례가 업계에 퍼지자 관련 제보 역시 이어졌다. 업체 A가 마켓메이킹으로 둔갑한 ‘시세조작’ 행위를 공공연하게 진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날 뉴시스가 입수한 업체 A의 리더 문 씨가 작성한 메일에는 해당 정황이 담겨있었다. 그는 해당 메일을 통해 “6개월-1년 마켓메이킹의 목적과 계획의 큰 그림을 확실히 잡고 가야 프로젝트가 원하는 바(가격방어선 및 현금화레벨)를 달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른 메일에서는 “프로젝트의 본질과 성과가 차트에 반영될 수 있도록 컨설팅 및 트레이딩을 진행할 것”이라며 “거래소마다 특징이 다르기에 거래소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거래소의 경우 충분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당 문구를 본 국내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임원 D씨는 “유동성 공급 전략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시세조작과 다름없다”며 “투자자들의 거래 행태가 아닌 프로젝트의 성과를 차트에 반영해 준다는 말은 곧 ‘너희가 원하는 대로 차트를 그려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내 가상자산 VC 임원 E씨 역시 “업체 A와 같이 겉 포장지만 MM일 뿐 실제로는 시세조작을 하는 곳들이 업계에 넘쳐난다”며 “차트 모양만 봐도 MM 업체가 작업한 코인임을 걸러낼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개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올려놓고 이내 폭락시키는 수법은 개미들의 손실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세조작으로 변질된 코인 MM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증권 시장 MM 제도를 참고해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제도권 규정하에 관리·감독을 받으면서 MM의 본래 기능인 ‘유동성 공급’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 시장 MM을 해봤던 관계자는 “증권 시장에서는 모든 MM 거래 내역을 관리·감독 기관에 제출하며 모니터링 받고 있다. 또한 타이트한 정기 감사도 함께 진행된다”며 “현재 코인 시장 MM이 전통 금융시장과 같이 컨트롤되려면 이 같은 체제를 함께 갖춰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 현재 증권 시장 MM 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코인 시장 MM 제도는 기존 체제에서 좀 더 강화한 형태로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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