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고금리로 차주 상환능력 저하…은행권 연체율 ‘꿈틀’ 부실 우려
#금융당국 “전혀 우려할 상황 아냐”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대출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각종 금융지원으로 대출이 불어난 가운데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최근 연체율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일 뿐더러 오히려 코로나 이전으로 ‘정상화’돼 가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은행권의 건전성을 고려할 때 지나친 대출 부실 우려가 나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3%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말(0.36%) 대비 0.03%포인트 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은행들이 연체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이른바 ‘분기말 효과’에 기인한 것이다.
은행은 통상 분기말에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연체율은 분기 중 상승했다가 분기 말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3월 중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상·매각 등으로 전월대비 1조6000억원 급증한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은행 연체율은 지난 1월 말에 전월대비 0.06%포인트 오른 데 이어 2월 말에도 연체율이 0.05%포인트 뛰면서 지난 2020년 8월(0.3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2022년 6월 0.20%까지 내려갔던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기준금리의 지속적 상승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또 전년동월말 대비로는 지난해 11월 말 0.01%포인트, 12월 말 0.04%포인트, 올해 1월 말 0.08%포인트, 2월 말 0.11%포인트, 3월 말 0.11%포인트 등으로 연체율 상승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같은 연체율 상승세는 경기둔화로 차주의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는 문제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도 분기말 효과가 제거되는 4~5월에는 연체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0%로 전월대비 0.03%포인트, 전년동월말 대비 0.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의 갱신 주기를 고려할 때 지난해 하반기 금리 급등분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거의 모든 차주에게 상환 부담으로 반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가격 급등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끌어모은 ‘영끌족’과 코로나 시기 다중채무로 버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고통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오는 9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 수순에 접어들면서 연체율 급등과 이에 따른 대출 부실화로 은행권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같은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은행권의 연체율 자체가 코로나 이전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최근 6년 간 1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연체율을 살펴보면 2017년 3월 말 0.51%, 2018년 3월 말 0.42%, 2019년 3월 말 0.46%, 2020년 3월 말 0.39%, 2021년 3월 말 0.28%, 2022년 3월 말 0.22% 등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울은 코로나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말보다도 0.06%포인트 낮다.
코로나 금융지원의 9월 종료와 관련해서도 은행권이 이미 부실 위험 관리에 착수했고 자체적인 금융지원 등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할 예정인 만큼 큰 위험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은 전반적으로 연체율 자체가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미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는 은행권의 연체율이나 부실채권 비율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에 돈이 많이 풀리다 보니 연체가 터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정상화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나친 건전성 우려가 국내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설명회(IR)에서 “은행권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의 채무상환부담 증가로 자산건전성이 소폭 저하됐으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 양호한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은행 외화유동성 상황도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금융당국은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 모를 부실을 막기 위해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도 충실히 유도해 왔다는 입장이다.
국내은행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해 지난해 충당금 적립 규모를 전년대비 2조2000억원 증가한 6조3000억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율의 방향 자체가 살짝 올라가는 방향이어서 많이 걱정을 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당국도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쏟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저금리 때와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해 은행권에서 배임이라는 불평을 할 정도로 충당금을 충실히 쌓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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