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문가 10명 중 9명, 기준금리 동결 예상
#물가상승률 14개월 만 3%대 진입…경기침체 우려는 커져
[서울=뉴시스] 남정현 한재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낮춰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또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아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월, 4월에 이어 3회 연속 현 수준인 연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1월까지 1년 5개월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6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53개 기관,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9%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11%다.
금투협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오며 물가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달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하며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장일치 동결을 보고 있다”며 “지난번 금통위 이후 물가가 시장 전망치 소폭 하회해 금리인상 근거가 없는 상황이고 미 연준이 6월 FOMC에서 금리인상을 안 하겠단 신호를 보낸 만큼 한국이 먼저 금리인상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물가가 높아 금리를 유지해야 하고 연준에서 지난 5월 FOMC 때 동결 가능성을 시사해 미국도 금리인상 막바지로 인식이 돼 우리나라도 추가인상보다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와 함께 ‘5월 수정 경제 전망’도 발표한다. 상다수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1.4~1.5%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부진이 지속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소비자물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6%에서 3.5%,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95억4800만 달러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62%에 해당한다. 특히 대(對)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금투협 조사에 따르면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해 물가 하락 응답자는 전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보합’으로 답변한 응답자가 75%로 한 달 전보다 21%포인트 늘었고 ‘물가 하락’ 응답자 비율은 18%로 15%포인트 줄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기요금 정상화가 여러 효과를 고려하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요금 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져 금융시장에 한전채가 나오고 전기요금을 안 올려 에너지 소비가 커져 무역적자가 커짐으로써 환율에도 영향을 주는 여러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를 예상했는데 소폭 낮출 것”이라면서도 “저희가 생각하는 (올해 경기의)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상승)가 완전히 안 일어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해선 “잠시 2%대를 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연말까지는 3%대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성장률은 (총재가) 앞서 예고했던 것처럼 1.4%로 내려 0.2%포인트 하향할 것으로 보고 있고 물가 전망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성장률은 1.4%로 0.2%포인트 하향할 것 같고 물가 전망은 그대로 둘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만 연준 인사들은 최근 6월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리 로건 총재는 18일(현지시간)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은행 회의에서 발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수 있는 확실한 궤도에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미셸 보먼 연준 이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10차례에 걸쳐 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달에는 0.25%포인트 더 올려 기준금리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연준은 다음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이 최근 6월, 7월 인상 우려들이 얘기되고 있고 환율 불안감도 좀 남아 있긴 하지만 국내는 국내 사정에 맞춰서 움직여야 된다고 본다”며 “연준의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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