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로 원·달러 디커플링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올 2분기 1200원 아래로 내려설 것이란 일부 시장전문가의 기대와 달리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50원 중반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크게는 연초부터 미 금리인상 기조에 대한 기대가 꺾여 달러 약세로 전환됐지만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되며 원·달러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일부 발생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또 지난달과 이달 들어선 미국 은행발(發) 금융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 미국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달러 강세가 되살아난 이유로 지적된다.
2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326.0원)보다 1.5원 내린 132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0원 오른 1330.0원에 개장했다. 지난달 26일 환율은 장중 1340원을 넘어서면서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29일(1342.0원) 이후 5개월 만에 134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미국의 고강도 금리인상에 13년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22일 1400.7원으로 2009년 3월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1400원마저 넘어서더니, 10월25일에는 장중 1442.2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찍었다. 이는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환율이 1500원도 넘어설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1400원대 아래로 내려선 후 같은 달 말에는 1318.8원까지 떨어졌다. 이어 지난해 12월22일에는 전 거래일(1285.7원) 보다 9.5원 내린 1276.2 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 6월10일(1268.9원)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내 1200원 아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미 연준의 긴촉 기조가 꺾이며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1월 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예상보다 훨씬 저조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95억4800만 달러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62%에 해당한다. 특히 대(對)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으로 낮췄다.
이는 과거 원·달러 환율은 통상 달러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움직였지만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에 원·달러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원화 약세는 국내 경기 둔화, 특히 부진한 수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특히 대중수출과 반도체수출 감소가 두드러지고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폭이 크게 감소된 데서 기인한다.
이창용 총재는 25일 기준금리를 3.5%로 연속 3회 동결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IT반도체 경기가 생각보다 회복이 연기되고 중국 회복속도도 생각보다 느리고, 성장내용도 내수중심이라 주변국 긍정효과가 느려 그게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최근에 중국 경제 회복 기대가 꺾이면서 중국의 회복 모멘텀이 약해졌다”며 “유럽하고 미국도 최근 한 달 동안 경제지표가 많이 꺾이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줬고 전 세계 제조업 경기가 계속 둔화되고 하강하면서 전 세계 제조업 경기에 민감한 원화 약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금액은 전년동월대비 지난해 8월 감소로 돌아선 이후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40.5% 주는 등 최근까지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년동월대비 각각 지난해 4분기기 24.5%, 올 1분기 39.2% 등의 감소를 기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국내 요인이 좀 큰 것 같다”며 “수출도 생각보다는 회복이 좀 더디고 무역수지도 적자 흐름 자체가 상당히 지속이 된 영향이 원화 약세 요인”이라며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친 부분이 좀 크게 작용했고 반대로 미국은 경기 자체가 기대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엔 은행발(發) 금융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 이달 들어선 미 재무부가 디폴트 발생 추정 시점으로 제시한 날짜(현지시간 6월1일)가 바로 앞으로 다가오며 강 달러 기류가 되살아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은행권 금융 불안 관련된 부분이 달러 강세를 좀 지지했다”며 “무역수지 적자는 이번 달부터 가시적으로 좀 축소돼 하반기 중 3분기 중 흑자 전환 가능할 것으로 보며 환율 하단은 1200원대 중반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지금 디폴트 때문에 단기간에 조금 많이 올라왔는데 1370원까지 열어 놓고 있다”며 “그것을 정점으로 예상하고 있고 연말까진 꾸준히 우하향해 1200원 초반대까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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