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테러 등 생성형 AI 활용 작품 독자 반발 거세
네이버-카카오, 웹툰 공모전서 AI 활용 금지 규정 신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가 운영하는 웹툰·웹소 플랫폼이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AI가 창작자들의 노동력 소모를 크게 줄여줄 수 있는 혁신 도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으나, 독자들의 AI 활용 웹툰에 대한 반감이 커져서다. 이에 양사 모두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생성형 AI 활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거리두기에 나섰다.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는 최근 공지를 통해 오는 6일까지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 게릴라 공모전을 연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해당 공모전이 “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 작품만 받는다”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지원자는 30화 분량의 시놉시스, 1화 완성 원고, 2화 그림 콘티, 캐릭터 스케치 및 설명과 함께 사람의 손으로 직접 그렸다는 것을 인증할 자료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네이버웹툰은 ‘2023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이하 지상최대공모전)’을 위해 작품을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네이버웹툰) *재판매 및 DB 금지 |
카카오웹툰은 작화 과정에서 사람의 손으로 직접 그리지 않았거나 타인의 지적재산권(IP) 침해 작품을 원천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후보작으로 뽑힌 창작자와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도 AI 활용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달 31일 네이버웹툰도 현재 진행 중인 ‘지상최대공모전’ 2차 접수 단계부터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작품 창작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1차 합격자들에게 발송했다.
이는 앞서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공모전 1차 접수 단계에서 AI 활용 제한을 두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식 연재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지상최대공모전 2차 접수 작품에는 생성형 AI의 활용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양사의 방침은 최근 독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AI 논란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네이버웹툰은 이용약관에 자사 서비스 내 게시물을 네이버웹툰 및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약관을 두고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들이 네이버 AI 연구개발에 쓰이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또 지난달 네이버웹툰에 연재를 시작한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1화가 생성형 AI로 제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별점 테러’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 기념으로 자사 웹툰 전체를 AI로 변환한 결과물을 선보였을 때도 독자로부터 반발을 샀다.
이에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를 이용해 제작된 콘텐츠는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독자들이 AI 활용 웹툰에 반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우선 이용자들은 AI에 작화를 맡기면 웹툰 작가들의 성장이 위축되고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아울러 생성형 AI가 학습에 사용하는 작품들의 저작권 문제도 해결이 어려운 숙제다. AI를 활용하면 화풍이 컷 마다 달라지는 등 작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AI가 작가들의 노동을 줄여줄 수 있고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웹툰은 이미지에서 배경을 분리할 수 있는 ‘자동배경분리’와 실제 사람 얼굴이나 배경을 웹툰처럼 바꿔주는 ‘웹툰미'(WebtoonME)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그동안 AI 기술 혁신에 공을 들여왔던 웹툰 플랫폼 입장에서는 예상보다 큰 독자들의 반발에 고심이 커졌다. 최근 챗GPT 열풍으로 각종 산업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하자 웹툰 업계에서도 AI 기술이 창작 활동에 보편화되면 더 많은 창작자가 모여들며 시장이 커지고 노동환경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됐다.
그러나 막상 AI 활용 작품에 ‘별점테러’까지 이어질 정도로 독자들의 반감이 큰 만큼 당분간 생성형 AI가 웹툰 창작에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난 4월 개최된 PPS 10주년 간담회에서 “추후 AI 학습 모델을 만들더라도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자체 학습 데이터를 이용할 것”이라며 “크리에이터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첫 발을 내딛을 예정이므로, 저비용 양산형 작품은 거리가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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