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충격이 현실화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판매가 대폭 줄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아이오닉5는 지난달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1.5% 줄어든 2396대에 그쳤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6% 급감한 8207대에 불과했다.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의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사진=현대차) 2023.3.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현대차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아이오닉6도 지난달 1117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 4월과 비교하면 15.1% 줄어든 수치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GV60·GV70 전기차 모델도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가 부진했다.
특히 G80 일렉트리파이드는 지난달 112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 4월 판매와 비교하면 32.5%, 지난해 같은 달 대비로는 66.7% 급감한 것이다. 현대차 전기차 가운데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늘어난 차종은 포터(2485대)가 유일했다.
기아도 사정이 비슷하다. 기아의 대표 전기차 모델 EV6는 지난달 1894대가 팔렸다. 지난해 동월 대비 33.9% 감소한 수치다. 1~5월 누적 판매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7% 줄어든 9548대에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가 줄어든 이유는 IRA 시행으로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진 것이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IRA 세부 지침을 발표하고,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16개 차종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북미 생산 ▲북미산 배터리 부품·원재료 일정 비율 이상 사용이라는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비싸 보조금이 없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면 하루빨리 현지 생산 등으로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기존 공장에서도 전기차 생산을 늘리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 공장에 새로운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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