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챗GPT를 만든 샘 올트먼 주변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샘 올트먼의 생각들(여의도책방)’ 책에는 올트먼의 절친과 이들이 바라보는 올트먼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는데요.
올트먼이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준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샘 올트먼과 그의 친구들(2)에서 이어집니다.
# 올트먼을 밀어준 실리콘 밸리의 실력자…피터 틸
올트먼이 만든 펀드에 투자를 해주기도 한 피터 틸(Peter Thie)은 실리콘 밸리에서도 문제적 인물 중 하나다.
실리콘 밸리는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기술로 무장한 모험가들의 땅이다. 문화적으로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다.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다.
피터 틸은 별종이었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 다닐 때부터 골수 공화당 지지자였다. 틸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틸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와는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틸의 행보는 나중에 샘 올트먼에게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
YC를 포함한 대다수 실리콘 밸리 기술 창업가들은 반 트럼프 전선에 섰고,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올트먼은 틸의 트럼프 지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틸은 YC에 참여 중인 10 명의 비상임 파트너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피터 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이다. 미국과 독일 시민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2011년에는 뉴질랜드 시민권도 취득했다. 틸의 뉴질랜드 별장은 올트먼에게도 매우 중요한 장소다.
# 실리콘밸리의 마법사
틸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정치 성향은 논외로 하고, 틸은 실리콘 밸리의 마법사 중 하나다. 그가 손을 댄 스타트업, 기술 투자 사례는 레전드급이다. 오늘날 기술 투자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페이팔이 있다. 틸은 페이팔 초기 창업자였고, 나중에 일론 머스크가 만는 기업과 합병을 통해 전자결제의 시조새가 된다. 페이팔은 이베이에 매각된다. 머스크는 이 때 받은 돈을 가지고 테슬라를 만들었다.
틸도 페이팔에서 번 돈을 바탕으로 벤처 기업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머스크는 페이팔과 합병에서 소외된 상태였다. 그가 첫번째 결혼으로 신혼 여행을 떠난 사이 이사회가 머스크를 해임하고, 피터 틸을 새로운 CEO 선임했다.
애플 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축출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머스크는 그후 20년 동안 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강력한 서비스를 구상해왔다고 한다. 트위터를 인수한 것도 페이팔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틸은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2004년 8월 5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분 10.2%를 보유한 이른바 엔젤 투자자였다. 페이스북은 초기에는 그저그런 별볼일 없는 기업에 불과했다. 틸은 페이스북에 투자한 최초의 외부 투자자 중 하나다.
# 암호화폐 후원자…학생 부테린에 장학금 지급
피터 틸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가진 인물이다. 피터 틸은 뛰어난 기술자와 학생을 위한 장학 재단을 운영 중이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이 피터 틸의 장학생 중 한 명이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인터넷 상에서 가동하는 거대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틸과 YC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가간다. 이 때 올트먼과의 인연도 시작된다. 올트먼은 틸에게 투자 자금도 받고, YC 운영에 대한 조언도 받아다. 올트먼이 오픈AI를 구상하고, 최초에 재단의 형식으로 기부금을 받은 투자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역시 오픈AI 재단에 돈을 냈다. 올트먼은 강력한 우군으로서 피터 틸의 지원을 받았다. 틸은 올트먼을 어떻게 평했을까.
“샘은 특별히 종교적이지는 않지만 문화적으로는 철저한 유대인입니다. 그는 낙관주의자이데,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항상 어떤 상황이 심각하게 잘못될 수 있다고 가정하죠. 세상에서 완벽하게 안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집은 없다는 것이 샘의 생각이에요.”
실제로 올트먼은 지구가 멸망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대비책을 세우기도 했다. 올트먼은 현대 의학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종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칠 경우 틸과 함께 뉴질랜드로 대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구 멸망의 최후 피난처를 제공해줄 친구로 피터 틸을 생각할 만큼 두 사람은 각별하다.
# 정치 성향 다르지만 절친
피터 틸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올트먼이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 트럼프 지지에 대해 언론이 물어 본 것이다. 올트먼은 어떻게 답했을까.
“생각의 다양성은 고통스럽지만 민주 사회의 건강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숙청할 수는 없습니다.”
올트먼은 2016년 대선에 힐러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친구인 틸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올트먼은 정치적으로 생각이 다른 틸을 멀리하지 않았다. 올트먼은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인 트럼프 반대론자였다. “트럼프는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이라고 까지 했다. 그러나 틸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올트먼은 YC와 틸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올트먼은 틸을 버리지 않았다. 올트먼의 이러한 판단이 경제적 이해 때문인지, 틸이라는 친구에 대한 인간적 배려인지는 분명치 않다.
피터 틸은 올트먼이 투자 결정을 하는데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의 가장 강력한 동지인 YC 창업자 그래험과 틸은 어떤 면에서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올트먼은 극과극인 두 사람으로부터 유리한 것을 각각 취한 것인지도 모른다.
틸이 지적한 것처럼 올트먼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다.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자신에 불리한 일이 닥칠 것에 대해 입체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아마도 틸은 올트먼의 히든 카드일 것이다. 정치적으로 올트먼이 수세에 몰렸을 때 그를 도와줄 공화당 쪽 인맥으로 피터 틸을 상정했으리라. 올트먼은 기회주의자일까. 올트먼의 본능은 생존을 우선하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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