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한재혁 기자 = 해외 각국이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국이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둔화를 이유로 3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선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호주·캐나다는 올렸다…미국도 7월 인상 가능성 높아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8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브리핑에서 호주와 캐나다의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그간 물가상승률이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4월 들어서 조금 반등하는 모습 보이며, 근원물가 경직성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며 “근원물가가 계속 경직적일 경우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데 상당히 제약이 클 것이라는 판단해 통화정책을 좀 더 제약적인 수준으로 가져가서 물가를 목표수준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은행(BOC)은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01년 4~5월 4.75%를 찍은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앞서 6일에는 호주 중앙은행(RBA)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3.85%에서 4.1%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높였다.
이 부총재보는 “우리나라는 호주·캐나다와 같다고 볼 순 없으나, 물가 상황에 대해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우리나라도 물가상승률 목표 수준에서 안정되기까진 상당한 기간 소요될 것이며 근원물가 경직성과 서비스 수요, 해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물가전망에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한은의 물가 상상률을 목표 수준은 2%다. 하지만 경제협력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3.4%로 전망하고 있어 괴리가 크다. 여기에 해외 각국이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p) 추가 인상할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역대 최대인 현 1.75%포인트를 넘어 2%포인트가 되며 자본 유출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다.
여기에 전기료와 도시가스 등의 요금 인상과 함께 리오프닝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신용카드 결제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신한카드 기준 6.0%를 기록해 지난해 4분기(2.3%)에 비해 3.7%포인트 확대됐다. 한은은 산업용 전기요금과 영업용 도시가스요금도 인상으로 원가부담 증가를 통한 물가상승압력이 연간 물가상승률에 0.1%포인트(p)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 부총재보는 FOMC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시장에서는 6월보다 7월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물가 상황 불확실성과 경기나 금융안정, 미국 연준의 연준 통화정책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역전에도 환율은 안정적…가계부채 리스크도 줄어
하지만 기준 금리에 손을 대지 않을 이유도 많다. 우선 내외 금리 역전에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현재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9월 145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1300원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부총재보는 “5월에 외환 시장이 안정을 보이는 것은 최근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외국인 주식 투자 유입, 무역수지 개선과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면서 “단순히 금리 격차만 봐서는 안되는 상황”이고 말했다.
집값 하락에 따라 우려됐던 금융 불안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금리를 손봐야 할 근거가 약해진다. 이 총재보는 국내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급락세가 진정되며 경착륙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냈다. 그는 “주택 가격 급락세가 진정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택가격과 관련한 여러 가계부채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는 호주 및 캐나다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내년 하반기면 물가가 2%대로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연내 미국 금리 인상 여부도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됐다”면서 “결국 국내 물가 환경와 경기가 중요한 만큼 금리를 움직여야 할 부담은 적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호주와 캐나다 사례는 우리나라 기준금리 변화에 긴장감을 줄 만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에 비해 경기가 어렵고, 물가는 낮으며 환율이 1300원 대로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금리에 변화를 줘야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전했다.
출고일자 2023.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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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3회 연속 동결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현재 1.75%포인트다. (그래픽=안지혜 기자)hokma@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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