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전세 가구의 절반 이상 역전세 상황
#하반기 만료 물건 세입자에 1억 돌려줘야
#”역전세 부드럽게 넘어갈 이슈 아냐” 경고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지난 2021년 8월 서울 도봉구 아파트를 5억5000만원에 전세 놓은 A씨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세입자의 연락을 받고 고민이 깊다. 현재 시세는 1억원 가까이 떨어진 4억5000만원이다. 작년에 자식 결혼을 시키는데 목돈이 들어간 탓에 여유자금이 없는 상황이라 A씨는 이참에 집을 팔아버릴까 고민하고 있다.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올 하반기 역전세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A씨 사례처럼 2021년 하반기에 높은 가격으로 체결한 전세 계약이 올 하반기에 만료되기 때문에 아파트 별로 10~20% 이상 기존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역전세 매물이 매매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경우 2021년 하반기 11억원이 넘는 가격에 다수의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시세는 9억원 안팎이다. 대부분 기존에 체결했던 계약이 신규로 체결할 계약보다 비싸기 때문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 이상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종전 보다 보증금을 낮춘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체결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갱신계약 중 종전계약도 전세로 추정되는 거래는 400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713건(42.8%)이 보증금을 낮춘 감액갱신이었다.
감액 갱신 비율은 올해 1월 34.6%, 2월 39.6%, 3월 42.4%, 4월 44.5% 등 3월 이후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 갱신보증금은 4억4755만원으로, 종전 5억4166만원에 비해 9411만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위험 가구가 전국 전세 주택의 절반을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역전세 위험 가구가 전체 전세 가구의 52.4%에 해당하는 102만6000가구라고 밝혔다. 전세에 속하는 주택들은 전세 시세가 종전보다 평균 7100만원씩 낮았다.
역전세 위험가구(102만6000가구)와 역전세 보증금 평균 격차(7100만원)를 감안하면 역전세 금액은 대략적으로 73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전셋값이 다시 올라 2년 전 시세에 근접하면 역전세 우려가 줄어들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단기간 전세대출 금리가 하락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세가격 역시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반기 쏟아지는 입주 물량도 역전세난을 심화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역전세 문제는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이슈가 아니고, 1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라며 “하반기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대출금리도 재차 소폭 오르고 있는 분위기라 전세가격이 상승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금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의 역전세 매물이 매매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NH투자증권 이민재 연구원은 “역전세 현상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높은 가격으로 체결했던 전세계약의 만료 시점이 돌아오기 때문에 역전세난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갭투자를 한 임대인의 경우 활용 가능한 대출을 모두 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갭투자 물건들이 급매로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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