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고이율 하루인베스트, 돌연 입출금 중단
전문가들 “투자자 보호장치 없으면 언제든 재발”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최대 12%라는 고이율로 인기를 끈 ‘하루인베스트’가 러그풀(먹튀) 논란에 휩싸이자 코인 예치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예수금 마련 및 보험 상품 가입 등과 같은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발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로 영업이 가능한 점도 ‘뇌관’으로 지적된다.
◆하루인베스트 논란, 왜 터졌나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 러그풀 논란은 전날 오전 갑자기 퍼졌다. 회사가 돌연 입출금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운용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코인 업체가 하루 만에 입출금 중단을 공지하는 상황은 러그풀일 수밖에 없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하루인베스트는 전날 오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보관 중인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13일 오전 9시 40분(한국시간)부터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을 예치하면 최대 12% 연이율로 이자를 주는 씨파이(Cefi, 중앙화 금융 서비스) 서비스다. 테라와 같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해 보상받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와 달리 하루인베스트 같은 업체에 코인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형태다.
특히 하루인베스트는 높은 이율을 내세운 씨파이 업체였던 만큼 투자자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벤치마킹할 곳’으로 평가받으며 주목받았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140여 개국에서 8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출고일자 2023. 06. 13
|
[서울=뉴시스] 하루인베스트는 13일 오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입출금 중단을 공지했다. (사진=하루인베스트 공식 블로그 캡처) 2023.06.13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내 주요 코인 예치 서비스로 부상했던 하루인베스트의 발목을 잡은 건 ‘파트너사’다. 회사는 입출금 중단 공지와 함께 “최근 파트너사 중 한 곳에서 ‘특정 문제’가 발견됐다”며 “현재 해당 파트너사와 문제 원인을 조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 계획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파트너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파트너사에 의존했던 자금 운용 방식이 결국 화근이 됐다고 꼬집었다. 국내 코인 예치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업계관계자 A씨는 “하루인베스트는 투자자가 예치한 자금을 미리 지정한 타 업체에 맡기는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했다”며 “하루인베스트의 자산 운용을 담당하는 회사, 즉 제일 큰 자금을 굴리던 회사에서 문제가 터진다면 이번 같은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고파이 사태랑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고파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자체 예치서비스다. 앞서 지난해 11월 FTX 파산 여파로 협력사인 제니시스가 가상자산 대출과 이자 상환을 중단하자 마찬가지로 자금 상환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고파이에 묶인 미상환 자금은 566억원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어 “하루인베스트가 공지한 문제의 파트너사도 평소에 큰 비율로 맡겼던 곳으로 안다”며 “조만간 해당 파트너사 관련 글도 올라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트너사 문제와 함께 제공하던 고이율도 함께 지적됐다. 하루인베스트를 이용했었다는 업계관계자 B씨는 “회사가 보장했던 고이율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며 “이런 점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높은 이율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하는 상품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가상자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율이 7~8%가 넘어가는 상품은 일단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코인 예치 서비스 괜찮을까
하루인베스트 논란을 계기로 코인 예치 서비스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투자자 자금 보호를 위한 장치가 부재할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규제 범위에서도 벗어났다는 점에서다.
A씨는 “하루인베스트가 초기 사업 모델을 구성했을 때만 해도 수익률을 많이 보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며 “하지만 이후 시장이 횡보장으로 돌아서고, 변동성이 낮아지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악화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고객 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예수금이나 보험 가입 같은 장치를 전혀 갖추지 않았다 보니 이번 사태가 터졌다”며 “하루인베스트를 제외한 다른 예치 서비스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살필 수 없는 영역에 있는 점도 사태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하루인베스트 같은 코인 예치 서비스 업체들이 국내 영업을 신고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루인베스트 법인 역시 싱가포르 기반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C씨는 “예치 서비스 업체들은 거래소와 달리 가상자산 사업자(VASP) 신고를 하지 않고도 영업할 수가 있다”며 “금융당국의 컨트롤이 불가한 상태에서 투자금을 모아 예치 서비스를 운영해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금융당국의 컨트롤이 불가한 상황에서는 이번 사태는 재발될 수밖에 없다”며 “예치 서비스 업체들도 VASP 신고를 통해 이번 사태 방지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하루인베스트와 비슷한 코인 예치 서비스를 운영 중인 업체들은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샌드뱅크는 전날 공식 미디움을 통해 “하루인베스트 입출금 중단 이슈로 샌드뱅크를 이용 중인 고객의 걱정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샌드뱅크는 문제 없이 운영 중이며 모든 코인에 대한 입금, 출금, 투자신청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가상자산 운용사 델리오를 운영 중인 정상호 대표 역시 같은 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하루인베스트 입출금 중단 사태는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전문 기자가 요약 정리한 핫뉴스, 블록미디어 카카오 뷰(클릭)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