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몰락한 코인 예치…업계도 충격
“씨파이 지속 불가” 비판도 나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내 1,2위 코인 예치 서비스가 이틀 만에 전부 입출금을 중단해 논란을 빚었다. 운용 금액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코인 업체 두 곳이 돌연 몰락하는 모습을 띠자, 이들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혁신 금융’ 외쳤던 씨파이들
이번 논란의 주범은 씨파이(Cefi, 중앙화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다. 씨파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테더 등을 ‘업체’에 예치하면 이자를 받는 서비스다. 테라와 같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예치해 보상받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와는 반대 개념이다.
논란의 시작은 하루인베스트다. 하루인베스트는 최대 12% 고이율을 내세워 인기를 끈 국내 2위 씨파이 업체로, 140여 개국에서 8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한 곳이다.
주요 씨파이 업체로 관심을 모은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3일 오전 러그풀(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가 돌연 파트너사 문제를 이유로 입출금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파트너사는 위탁 운영사 중 한 곳인 비앤에스홀딩스(B&S Holdings)로 밝혀졌다.
하루인베스트 여파는 곧바로 나타났다. 국내 1위 씨파이 업체인 델리오가 지난 14일 입출금을 중단한 것이다. 하루인베스트가 중단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델리오 측도 입출금 중단 원인을 ‘하루인베스트’로 돌린 상태다. 당초 자체적으로 운용한다고 밝혔던 사실과 다르게 일부 자금을 이율이 더 높은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하여 운용했던 것이다. 실제로 하루인베스트가 내세웠던 연이율인 12%는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입출금 중단 당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하루인베스트에 고객 자금 일부를 예치한 것이 맞다. 금액은 밝힐 수 없다”며 “하루인베스트 여파로 출금 요청이 몰리고 있어 출금을 일시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충격 빠진 코인 업계…”씨파이는 지속 불가”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혁신 금융’을 외쳤던 대표 씨파이 업체들이 48시간 동안 보인 모습은 허술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을 믿고 수천억원 넘게 맡겼던 고객을 보호하기보다는, 사무실과 관련 SNS를 폐쇄하기 급급한 모습에 관계자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국내 가상자산 업체 임원 A씨는 “문제가 된 씨파이 업체들은 출범 당시 혁신 금융을 내세웠던 곳들”이라며 “신뢰 비즈니스인 금융을 한다면서 이렇게 갑자기 입출금을 중단하고, 소통 채널을 막는다는 건 기본자세가 아닌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기본적인 신뢰를 담보하지도 않으면서 차세대 금융을 할 수 있겠냐”며 “코인 매매 알고리즘이나 코인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충분했을지라도 금융 시장에 대한 기본 이해도가 없었기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자세라면 이번 사고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출고일자 2023.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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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14일 오후 하루인베스트 사무실 문 앞에는 붙이지 못한 ‘출입금지’ 경고문 20여 장이 떨어져 있었다. (사진=이지영 기자) 2023.06.15 *재판매 및 DB 금지 |
현재 상황에선 씨파이 서비스의 지속이 불가할 거란 의견도 제기됐다. 국내 코인 예치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업계 관계자 B씨는 “이번 일로 씨파이의 한계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며 “규제 밖에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장치도 없이 운영되는 씨파이는 효용성, 영속성 모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디파이 같은 프로토콜에 맡겨도 사고가 터지는 상황에서 사람이 운영하는 씨파이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며 “분기별 실적 공개나 예수금, 준비금도 마련하지 않은 곳들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운용한다는 것 자체가 지속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규제와 인식 부재가 낳은 일”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규제 밖에서 금융에 대한 인식이 부재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제도권 내 금융회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씨파이와 디파이를 나눠서 보기보다는 코인 업계 전반으로 되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금융회사에서는 법적 의무 통제와 자체 감사, 감독 당국의 보완 등이 이중 삼중으로 마련돼 있지만, 씨파이를 비롯한 코인 업체들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투자자 고객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려는 내부 인식이 부족한 것 역시 문제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법적으로 제도가 완비돼 있지 않더라도 그 허점 속에서 사업을 할 게 아니라, 고객 신뢰를 위해 그에 준하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자체적으로 마련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수사당국과 이번 사태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계속 살피는 중”이라며 “영업 과정에서 횡령 및 배임뿐 아니라 투자 사기 정황까지 발견된다면 수사당국과 협조해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권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정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민형사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돈을 받기 위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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