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금리 인상 2회 시사에도 동결 이어간 전례
한은 ‘긴축’ 강조에도 시장에선 연내 동결 전망 우세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 거의 모든 의원이 연내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6월 FOMC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금리인상) 절대 못할 것이라 생각 말라.”(5월 금융통화정책 회의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
미국 연준이 연내 최대 2차례 ‘베이비스텝’을 예고했지만, 시장에서는 신뢰하지 않은 분위기다. 통화 긴축 우려에도 미국 증시는 반등하며 파월의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 역시 이창용 총재의 ‘입’과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수차례 긴축 기조를 시사했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미 연준이 연내 0.5% 금리 인상을 시사한지 하루 만이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보다 1.26% 뛴 3만4408.0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425.84를 기록하면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 지수도 1.15% 올랐고, 달러인텍스(DXY)도 101.752로 떨어져 약세를 보였다.
◆ 제롬 파월은 ‘양치기 소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금리 인상 시사 발언에도 시장에는 오히려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 간다고 받아들여지면서다.
현지 금융권에서는 금리 인상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음에도 의도적으로 긴축 메시지를 낸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2018년 12월 당시 파월은 FOMC 직후 2019년 2차례 인상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금리를 낮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FOMC 직후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2019년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2.875%로 당시 금리 2.25~2.50%에서 2차례 인상이 전망됐다. 하지만 2019년 들어서는 미 연준은 경기 침체 위험을 우려해 인상 대신 금리 인하를 3차례 단행했다.
이번 6월 FOMC 직후 공개된 최종 금리에 대한 점도표에서도 중간값은 5.6%로 연내 두 차례 정도 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보내는 이유다.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은 7월 1차례 인상 혹은 연내 동결을 전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추가로 2회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연준의 야심찬 계획이며, 지금까지 반응을 보면 시장은 이를 충분히 신뢰(buy)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출고일자 2023.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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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5.25. photo@newsis.com |
◆ ‘긴축’ 시사했지만…한은, 정부와 엇박자 낼까?
국내 역시 이 총재의 ‘입’과 금통위의 매파적 시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서기 보다는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연내 금리 인하설을 진화하기 위한 구두 개입적 행보라는 해석이다. 연내 인하설이 확산되면 현재 둔화 추세인 물가 경로가 튈 수 있다.
이 총재는 5월 금통위에서 3회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호주도 지켜본다고 하고는 올렸다”며 긴축 기조를 강조했다.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서도 긴축에 대한 고민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의사록에서는 “향후 근원물가 움직임과 성장 경로, 주요국의 통화정책결정 등을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매파적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금리 결정의 최우선 고려 사안인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올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3%로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 2%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은 다수다.
반면 경기 부진은 심각하다. 되레 금리를 내려야할 이유가 크다는 얘기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1.4%로 0.2%포인트(p)내렸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기존 1.6%던 기재부의 전망치를 내달 초 수정 발표하겠다고 시사했다.
전방위적으로 경기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와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금리 인상보다는 한은으로서는 금리 동결로 분위기를 보면서 긴축에 대한 언급으로 긴장감을 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정부와 반대 행보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정부 스탠스와 박자를 맞추려면 되레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분위기”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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