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금(金)과 은(銀) 가격의 고공 행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간 금을 사들이지 않은데다 보유한 은 자체가 없어서다.
17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이달 14일 은 선물 가격은 온스 당 24.1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15일까지만 해도 21.42달러에 불과했던 은값은 1년새 12.5% 뛰었다. 같은 기간 금 선물 가격 상승폭 8.2%를 웃돈다.
금·은 가격의 급등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금융 불안정성이 우선 꼽힌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점도 금과 은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이 기간 -0.38%로 주춤했다.
특히 은은 금값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거래량이 적어 가격 변동성이 더 크다. 실제 지난 14일 금 선물 거래량은 약 20만건이었던 반면 은 선물 거래량은 6만건으로 차이가 크다. 최근에는 산업재 수요도 높아졌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안전 자산 선호에 따라 금과 은 등의 수요가 늘었고 중국 리오프닝 등 경기 산업 회복 기대에 산업재로서 성격을 갖고 있는 은값이 더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과 은값 고공 행진의 혜택을 한은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브렉시트) 영향으로 금융 불안정이 높아졌을 당시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은을 집중 매입했지만 한은은 방관한 탓에 보유한 은이 아예 없다.
한은 관계자는 “금과 은은 안전자산으로 외환 자산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이라는 성격을 가져 투자 관점에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과거 금 투자 실패에 따라 비난을 받은 영향으로 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중수 총재 시절이던 2011년 한은은 타 중앙은행에 비해 금 보유량이 적다는 지적을 받자 공격적으로 금을 매입했다.
이 영향으로 2011년만 해도 14.4t이던 금 보유량은 2013년 말 104.4t으로 늘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은이 금을 적극 매입할 당시 금값은 온스당 1200~1900달러였지만 2013년부터 내림세로 전환해 2016년에는 1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금 투자에 대한 비난 여론에 골머리를 앓았던 한은은 이후 금 매입에 나서지 않아 현재 보유한 금은 10년 전과 같은 104.4t 그대로다. 2016년 초반을 저점으로 다시 금값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금값 폭등에 따른 금 투자 수익 역시 얻지 못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 보유 확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금 보유 확대보다 미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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