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갑작스러운 입출금 중단으로 ‘먹튀’ 논란에 휘말린 국내 코인 예치 업체 1위 델리오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횡령·배임 의혹과 손실금 규모, 상환 시기 등 핵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정상호 대표 “모든 건 하루인베스트 탓…회복할 것”
19일 업계에 따르면 델리오는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델리오 라운지에서 투자자 보고 회의를 열고 그간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앞서 회사는 지난 14일 돌연 입출금을 중단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같은 논란을 받는 국내 코인 예치 업체 2위 하루인베스트가 돌연 입출금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라 업계도 충격에 휩싸였다.
델리오는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곧바로 이번 회의를 마련했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이 자리에서 ▲논란 타임라인 ▲현재 상황 ▲회복 방안 등 총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해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는 타임라인을 통해 이번 논란의 불씨가 ‘하루인베스트’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13일 하루인베스트 사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한 문의가 쇄도했다”며 “이후 내부적으로 사태 파악 후 내부 회의를 진행한 결과로 입출금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하루(인베스트)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으나 소통이 안 되는 중”이라며 “하루와 비앤에스홀딩스(B&S Holdings) 대처에 따라 유동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비앤에스홀딩스는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 중단 사유로 꼽은 문제의 파트너사이자 위탁 운영사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하루의 상환 능력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아 비앤에스홀딩스과 협상 및 소통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도 명확한 데이터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회복방안으로는 ‘단계적 출금 재개’와 ‘추가 자금 확보’ 등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상황이 유동적이지만 단계적으로 출금을 재개하겠다”며 “제3자 유상증자 등과 같은 방법으로 보상 자금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말 ‘해명’에도 논란 여전
하지만 투자자와 업계는 여전히 미심쩍다는 눈초리다. 주말 오전부터 진행한 해명에는 달래기용 발언만 가득했을 뿐, 정작 중요한 정보는 모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횡령·배임 의혹이 대표적이다. 현재 전 임원의 공익제보를 통해 업무상 횡령·배임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이다.
델리오 국내 투자자 법률대리인을 맡은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 따르면 델리오 경영진은 고객의 가상자산을 개인 지갑으로 옮기는 등 업무상 횡령·배임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회사 임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에 델리오 자금 중 일부가 이동했다는 것이다. 해당 자금 규모는 약 40억원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대표이사와 직원 횡령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핵심 인력의 퇴사와 전 임원의 내부고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분식 회계 논란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며 “특금법상 고객자산과 회사자산을 분리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날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손실금 규모와 상환 시기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정 대표는 “(손실금 규모와 상환 시기는) 유동적 상황이라 현시점에서 답하기는 어렵다”며 “투자자 대표자 회의가 구성되면 해당 조직을 통해 말하겠다”고 직접적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이날 델리오 추가 부실 의혹도 제기됐다.
델리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A씨는 “델리오는 이전부터 이미 재정 상태가 악화한 상황이었다”며 “현재 비앤에스홀딩스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운용을 맡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추가 부실에 대한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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